내가 짝퉁 심은하를 속이더라도
내가 짝퉁 심은하를 속이더라도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서러움의 날들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반드시 오리니...”대학 시절 수첩에 적혀 있던 푸시킨의 시다.나는 그 시를 무슨 마술 주문처럼 중얼대면서 젊은 시절을 견뎌냈다.그 때는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 시가 왜 지금은 가소롭게만 느껴질까?나는 젊은 날의 숱한 희망과 좌절들이 웅크리고 앉아있는 수첩을잘게 찢고 또 찢어서 쓰레기통에 쑤셔 넣었다. (대학 후배... 낮고 어눌한 목소리)“언니 뭐해? 응? 뭐? 내가 누구시냐고? 언니! 벌써 내 목소리도 까먹었어? 그래~! 은하잖아. 심은하~”쓰레기통에 널부러진 수첩의 잔해들을 바라보면서 쓸쓸한 감상에 빠져들 무렵 걸려온 대학 후배의 전화다. 얘는 아직도 자기가 심은하인 줄 안다.후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