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서서 산을 잃다
정상에 서서 산을 잃다하늘의 입술이 맞닿은 곳, 구름마저 쉬어 가는 저 아득한 산 꼭대기. 땅에서 올려다본 그곳은 경외의 대상이자, 정복해야 할 삶의 표상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 높은 곳이 주는 막연한 약속을 믿으며 등산화 끈을 조여 맨다.오르는 길은 고행이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허벅지는 터질 듯 비명을 지른다. 흐르는 땀은 눈을 찌르고, 몇 번이고 주저앉고 싶은 유혹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고통을 기꺼이 '인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씹어 삼킨다. 이 고통의 맛이 진할수록 정상에서 맛볼 성취의 과실이 더 달콤할 것이라 맹신하면서.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마침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그곳, 정상에 발을 디딘다.세상을 다 가진 듯한 환희가 터져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