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커버. 난연천막커버 내화비닐

삶은!!바람처럼 그렇게

전체 글 2415

되새김질로 빚는 생의 안식

세상의 모든 초식(草食)하는 생명들은 태생적으로 서글픈 속도를 품고 태어났다. 드넓은 초원 위에서 소와 양, 그리고 고개를 높이 든 기린들은 푸른 잎을 뜯으면서도 눈은 늘 지평선 너머의 그림자를 살핀다. 그들에게 먹는 일은 즐거운 만찬이기 이전에, 발톱을 감춘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절박한 예비 동작인 것이다. 그들은 거친 풀들을 제대로 씹지도 못한 채 서둘러 위장 속으로 밀어 넣는다. 채워야 산다는 본능과 들켜선 안 된다는 공포가 뒤섞인 식탁. 그것은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삶의 풍경과도 꼭 닮아 있다.마치 소가 거친 섬유질을 서둘러 삼키듯, 우리도 상처받은 마음과 억울한 사연들을 일단 가슴 한구석에 쟁여두고 다시 전력 질주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가끔은 거친 벌판 위에 홀로 선 반..

내가 쓴 글들 2026.04.22

편지

1.당신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인 헤!!온 누리에 병신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구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겨울 추위가 오늘은 유독 더 매섭게 느껴집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서울과 경기 지방은 영하권으로 떨어져 몹시 춥다고 하더군요. 이곳 남부 지방은 아직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따뜻한 남쪽 나라'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모양입니다.새해가 밝았던 첫날, 사실 몸살 기운이 있어 그토록 기다리던 해맞이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작년에는 간절곶에서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나마 떠오르는 첫 해를 보며, 비록 다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참 많은 소원을 빌었었지요. 그 소원 중에는 당신의 안녕과 평안도 있었는데, 올해는 직접 해를 보며 빌어주지 못해 못내 아쉬움이 남습..

편지 2026.02.26

정상에 서서 산을 잃다

정상에 서서 산을 잃다하늘의 입술이 맞닿은 곳, 구름마저 쉬어 가는 저 아득한 산 꼭대기. 땅에서 올려다본 그곳은 경외의 대상이자, 정복해야 할 삶의 표상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 높은 곳이 주는 막연한 약속을 믿으며 등산화 끈을 조여 맨다.오르는 길은 고행이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허벅지는 터질 듯 비명을 지른다. 흐르는 땀은 눈을 찌르고, 몇 번이고 주저앉고 싶은 유혹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고통을 기꺼이 '인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씹어 삼킨다. 이 고통의 맛이 진할수록 정상에서 맛볼 성취의 과실이 더 달콤할 것이라 맹신하면서.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마침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그곳, 정상에 발을 디딘다.세상을 다 가진 듯한 환희가 터져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내가 쓴 글들 2026.01.30

섣부른 약속, 혹은 계절을 잊은 형벌에 대하여

북풍이 산등성이를 날카롭게 할키고 지나간다. 아직 겨울은 그 서슬 퍼런 이빨을 감추지 않았다. 바람 소리에는 쇠붙이 긁히는 듯한 냉기가 서려 있고, 언덕의 흙은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얼어붙어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시간이다.그런데 그 황량한 언덕배기, 마른 풀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스라지는 그곳에 낯설고 위태로운 초록빛이 보인다. 계절의 시계를 잘못 읽은 죄, 너무 일찍 눈을 뜬 형벌이다.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대지가 아주 잠깐, 거짓말처럼 볕을 품었던 탓일까. 아니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터져 나온 맹목적인 본능이었을까. 동토(凍土)의 딱딱한 껍질을 비집고 올라온 새싹들은 지금, 뼈를 깎는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그들이 흙을 밀어 올릴 때 겪었을 산고는 희망이었으리라..

내가 쓴 글들 2026.01.29

어슥한 밤의 독백: 고뇌와 넋두리 사이

어슥한 밤의 독백: 고뇌와 넋두리 사이밤이 깊어갈수록 골목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지고, 가로등 불빛조차 졸음이 겨운 듯 깜빡이는 시간. 도심의 화려한 불빛에서 한 발짝 비껴난 퇴락한 주막의 문틈으로는 눅눅한 막걸리 냄새와 삶의 비린내가 함께 배어 나온다.주막 구석, 삐걱거리는 목로(木木) 앞에 앉은 한 남자가 있다. 이미 여러 잔의 술에 취기가 오른 그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흐릿하다. 그가 응시하는 것은 빈 술잔이 아니라,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어제와 오늘, 그리고 기약 없는 내일의 무게다. 어깨 위에 내려앉은 고뇌는 술 한 잔으로 씻어내기엔 너무나 견고한 성채와 같다. 한숨을 내뱉을 때마다 그가 짊어진 세상의 풍파가 안개처럼 피어올라 어슥한 밤의 정치를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그의 앞에 마주 앉아 무심..

내가 쓴 글들 2026.01.29

강물 위에 피어난 봄의 전령사

강물 위에 피어난 봄의 전령사겨우내 침묵하던 대지가 기지개를 켜는 이른 봄날, 도도하게 흐르는 강줄기는 여전히 차가운 빛을 띠고 있지만 그 속엔 분명한 생명의 박동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을 듯 도도하게 흐르는 저 강물은 지난겨울의 단단한 얼음을 녹여낸 승리자의 여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강변의 습한 흙 사이로는 보송보송한 은빛 솜털을 내민 버들강아지들이 줄지어 피어납니다. 마치 아기 고양이의 발바닥처럼 부드러운 그 촉감은 봄이 우리 곁에 이미 당도했음을 알리는 가장 다정한 신호입니다. 차가운 강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고개를 내민 그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은 보는 이의 마음속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습니다.하늘을 올려다보니 멀리 강남에서 먼 길을 돌아온 제비들이 날렵한 날갯짓으로 허공을..

내가 쓴 글들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