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가을밤에../허주 아직도 세상의 모든 초목들이 푸름이 넘쳐흐른다. 가을비가 내리는 밤 찬비를 맞으면서도 갈증을 느끼는 수풀들처럼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 나무들처럼 목이 마르다 가을바람 한 자락을 빈 가슴에 담아놓고 서 있자니 어디선가 들려오는 야릇한 그 소리는 가을을 알리는 소리다 귀뚜라미는 벗을 찾아서 그리운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인지 가을밤의 운치는 더욱 짖어만 가는데 안개비마저 뿌려주니 더 그러하다 발가벗은 겨울나무를 상상하니 벌써 겨울이 그립고 그래서 인지 밤새도록 가을찬비를 맞으며 서 있고 싶다 가을이 깊어 가면 가을 나뭇잎에 시를 적어서 어디론가 붙이고 싶은데 무슨 사연을 써야 하는지 가을 찬바람에게 물어 보고 싶다. 어느 날과 같이 지금도 강물은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흐르는 강물마저 가을을 느낄 때 난 어디론가 여행을 하고 싶다. 그리고 높고 푸른 저 하늘에 소리 치고 싶다 가을은 정녕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