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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바람처럼 그렇게

작은공간

꼴망태

해량 2022. 2. 13. 23:18

오두막집에는 아궁이가 세 개가 있었다.

그 세 개의 아궁이가 먹는 땔감은 어린 소년의 눈에는

지금 생각하니 물먹는 하마의 입 같았다

그 하마의 입이 굶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온 식구가

동원되어 산에 가서 땔감을 해 날라야 밥도 해 먹고

소죽도 끊이고 해야 했기 때문에 책 보따리 벗어 던지고

아버지께서 날카롭게 갈아 놓은 낫을 작은 지게에 꽂고

마치 전장에 나가는 전사처럼 십리길 산으로 가서

나무를 해 날라야만 했다 누구나 촌놈이라면 그렇게

살았으리라

 

지금 와서 생각하니 우리 동네에서 제일의 권력자는

이장 다음으로 산을 지키는 호갈 할배였다.

호갈 할배는 우리 동네 산들을 대부분 관리하는 할배 였는데

항상 호각을 목에다 걸고 다니면서 산에 나무를 하는

사람이 보이면 호각을 불어 공포를 조성하고 경고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할배 였는데 평소에는 자상했는데

산에 가서 나무 하는 사람을 보면 악질로 변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먼 옛날이야기 이지만 가끔씩 산에 가면 그 할배

생각이 난다 아마 추억 일 것이다

추억은 우리들에게 머물려 있는 시간이라 했지 않은가

그 할배가 돌아가시는 날 우리 동네 아이들은 만세를 불렸다

그 할배의 공포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산에 가서 나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 것인데 지금 와서 생각 하니

웃음만 나온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스위치만 올리면 기름보일러가

펑펑 돌아가서 방바닥이 뜨끈뜨끈 한 대도 살아오신 평생 습성대로

장작을 해 쌓는 것을 보고 아버지 장작을 땔 곳도 없는데

나무는 왜 해 나려 시야고 물었더니 겨울에는 나무가

마당에 쌓여 있어야 든든하다고 하시던 그 말씀이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이 밤 생각이 나는 것도 추억일까 아니면

가난을 이겨 내었던 아픔일까

 

지금은 우리들이 닭장 같은 아파트에 대부분 살고 있지만

가금씩 오두막집에서 옛날처럼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이 강렬하다

아직까지 아궁이에 장작이 타는 냄새 눈이 아프도록 타는

연기를 덮어 쓰고 싶은 것은 분명 나는 촌놈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고 있지만 지금은 사는 멋이 없다

사는 멋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시절

꼴망태 메고 작은 어께에 걸쳐있는 지게의 무거운 멋이

진정한 멋이 아니었을까

어쩌다 시골집에 가면 평생 아버지께서 지고 다니시던 지게를

보면서 무한한 정을 느끼고 아버지의 살아오신 삶이 보인다.

 

우리들은 꼴망태 메고 지게 지고 다니면서 꼴하고 나무 하던

멋쟁이 촌놈들 이었다 그 촌놈들이 지금은 중년을 넘어서고 있다

결국은 우리들은 그 지게에 영혼을 싣고 그 곳으로 가야 한다.

아웅 다웅 사는 것도 좋다 하지만 결국은 그 삶의 지게에

우리들은 영혼을 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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