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

춘설/허주 24절기 중에서 네 번째인 춘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기도 하다 아직 음력으로는 2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춘이 지나면 봄이 왔다고 하지만 유럽에서는 춘분을 전후로 해서 봄이 왔음을 알린다고 한다. 음력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이 있다. 어제는 태풍 같은 폭풍이 불었다 그 지나간 바람이 몰고 온 함박눈이 밤새껏 내려 막 피어서 향기를 팔고 있던 매화의 이불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봄이면 동복 쪽에서 남쪽으로 부는 고온 건조한 높새바람이 분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언젠가부터 시베리아에서 이상 발생한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 갓 소생한 만물들을 벌벌 떨게 한다. 꽃샘추위라는 표현 보다 놀부 바람이라 이름을 붙여야 되겠다. 참 오래 만에 눈이 내렸다 올해도 눈 구경은 못하나 생각 했는데 창조주가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이렇게 만물이 소생하는 이때에 눈을 내려 주니 창조주가 공평 한 것인지 아니면 창조주도 나처럼 늙어서 계절 감각이 떨어진 것인지 춘삼월에 왠 춘설이라 말인가 춘분이 지나면 농촌에서는 농사 준비를 한다. 이쯤에서 애벌갈이를 하고 논두렁에서 잠자고 있던 곤충들을 깨운다. 춘삼월에 눈이 내리면 그해는 풍년이 든다고 한다. 풍년이 들면 뭐 할까 쌀이 남아도는 우리나라에서 나락 농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국 쌀이 국산 쌀보다 싸고 맛이 있는데 말이야 그러니 풍년은 기원하나 마나다 어릴 적에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 아버지께서 꼴망태기와 낫을 항상 준비 해 두셨다 식은 밥 한 덩어리 먹고 꼴망태기 메고 쑥부쟁이며 냉이 기타 등등 막 피어서 자란 새 풀을 베어 소에게 갔다 바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세상을 크게 한 바퀴 돌아 지금에 살고 있으니 그때가 참 그립다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 갈수가 없을까 눈이 아직 내라고 있다 먼 산 천성산에도 대운산에도 눈이 하얗게 내려 마치 크나큰 눈사람 같이 보인다. 비와 섞여서 내리는 것을 보니 쌓인 눈도 금방 녹아 버릴 것 같다 눈길에 운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오늘 같은 날 운전을 안 하는 것이 좋다 요령이 없으면 미끄러져 접촉사고 내기 딱 좋으니까 오늘 하루도 눈길 조심 하시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 나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