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1/허주
만화 속 주인공은 언제나
음침한 대나무 숲에서 무술을 연마한다.
그는 성난 독수리 흉내를 내면서 힘차게 솟아올라
죽은 칼을 휘둘려 섞은 나무 가지를 자른다.
바람은 숲을 흔들고 나무들이 버린 낙엽은
흩어져 어디론가 날아간다.
그림자들은 공간 사이로 스며드는
태양을 피해서 숨는다.
바람이 불때마다 신이 만든 소리 보다
더 음흉한 소리를 낸다.
버티다 휘어져 뒹구는 것들
서로 비비며 힘자랑 하는 것들
마치 전장에서 공을 세우지 못한 이름 없는 장수가
칼춤 추며 미치광이처럼 날뛰듯이 그렇게 비틀어 된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키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고
잎들은 난쟁이의 슬픈 바이올린 소리처럼 사르르 울러
그 공간을 은은하게 채워 흐른다.
바닥엔 죄 짓지 않은 순결한 비둘기들이
신비로운 하얀 빛깔의 변으로 신도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려 놓았다.
언제나 음침하고 신비한 숲
그곳이 대나무 숲이다
금방이라도 바람이 불면 쓰려질 것 같은 오막살이
초가를 포근히 감싸 안아 날들을 평화롭게 해주는 숲
절개를 가진 그들의 숲 탄력을 가진 그들의 숲
새들의 벗이 되어 주는 숲
나는 그 대숲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