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설은/허주
설날이 다가오면 여인들은 무척 분주 하였다.
요새는 두부를 기계로 만들어 마트에 가면 언제나 살 수 있지만
그 때 명절 때는 두부 유과 등을 모두 집에서 만들었다
방앗간에서 뽑아온 가래떡을 밤새 썰던 어머니 모습이 보인다.
그 때는 정월 보름까지도 설이었다.
설이 되면 설빔을 사 입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위로부터 물려 입는 것이 전부였다
어쩌다가 설빔을 한 벌 사주면 그것을
부처님 하느님 같이 모셔놓고 설날을 기다렸다
그런 시절에 우리는 살아 왔다
그리고
요새는 생황황경이 좋아지다 보니 목욕을 자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였다 언제나 겨울에는 까마귀가 할아버지 할 정도로
때가 까맣게 끼여 있었다.
봄여름에는 도랑이나 저수지 같은데서 목욕을 한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지면 목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설날이면 가마솥 에다 물을 데워서 목욕을 했다.
국수처럼 때가 나왔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온 그 시절 이다
그래도 일 년에 두 번은 목욕을 했다. 추석 그리고 설날...........
이런 기억도 난다
까치설날 그러니까 우리는 작은설이라 했다
그날은 온 집안 구석구석 대청소를 했다
불을 때다보니 온 집안 천정은 시꺼멓게 된 것을
그날은 대나무를 잘라서 끝에 빗자루를 묵어서 털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것들이 우리 조상들의 지혜였다
지난 해묵었던 때는 깨끗하게 청소하고
새해를 깨끗하게 맞이하자는 지혜 아니었을까.
그믐날이 되면 밤새 불을 켜 놓는다.
그때는 그 이유를 몰랐는데 요새 와서 생각하니 한해를 보내면서
지난해 집안에 있는 잡귀도 쫓자 내고
새해에 들어오는 귀신도 못 들어오게 하는 그런 것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믐날에 일찍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일찍 못 자게 한 기억도 있다 그것도 자면서 새해를
맞지 말고 눈뜨고 새해를 맞이하라는 그런 것 아닐까
명절 추억들이 너무 많지만 기억이 까물까물 하다
그 시절들을 우리는 잊지 말고 살자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