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멈마 울 엄마 박은순 1922년생 개띠( 올해 90연세) 내 엄마는 정갈한 모습 그대로 언제까지 계실줄 알았습니다. 내 엄마는 한복 입고 언제나 쪽을찌고 늘 그렇게 우리를 바라 볼 줄 알았습니다. 내가 바본가 봐요. 울 엄마 얼굴에 검버섯 크케 피고 허리가 꼬부랑 되실 줄 몰랐으니까요. 아버지도 .. 수필. 산문 2012.09.29
달맞이꽃 달맞이꽃 변해명 포성이 건널목을 넘어간다. 바람이 철길을 따라 흘러가고 바람따라 구름이 간다. 평강평야. 쓰러져 누운 철마의 잔해 사이로 어느새 피었다 지는가. 나래를 접는 노오란 달맞이꽃. 아침 이슬 속에서 외롭고 서럽게 이울고 있었다. 외가의 강기슭의 달맞이꽃처럼. 밤이면 .. 수필. 산문 2012.09.29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 실밥이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고장난 검은 가방 그리고 색바랜 옷..... 내가 가진 것 중에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오직 책과 영어사전 뿐이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 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나는 칠판을 지우고 물걸레 질을 하는 등의 허드렛.. 수필. 산문 2012.09.24
개구리 소리 개구리 소리 지창에 와 부딪치는 요란한 개구리소리에 끌려 들에 나와 서성거려 본다. 저녁 나절 몹시 불던 바람은 잠이 들고 밤은 이미 이슥하다. 모를 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물이 가득 잡힌 빈 논에는 또 하나의 밤하늘이 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개구리소리는 연신 하늘과 땅 사이의 .. 수필. 산문 2012.09.21
새벽소리 새벽소리 새벽 4시에 잠이 깼다. 몸이 시키는대로 화장실로 간다. 사위(四圍)는 고요한데 부시럭거리며 걷는 내 발걸음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나도 모르게 살금살금 걷는다. 아파트에 사는 비애다. 대문간에 툭하고 신문 떨어지는 소리가 정적을 깬다. 이번에는 놀라서 잠시 주춤거렸.. 수필. 산문 2012.09.21
산골의 한 소녀 - 김규련 산골의 한 소녀 - 김규련 주인 없는 빈집 뜰에도 봄은 와서 이름 모를 풀꽃들이 한창이다. 무너진 장독대 돌틈 사이에는 두어 송이 민들레며 채송화도 무심히 피어 있다. 집이라고는 하지만 본시 어느 가난한 화전민이 살던 곳이라 울도 담도 없다. 이엉은 비바람에 삭아 내려앉고 문이 떨.. 수필. 산문 2012.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