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좋겠다 남편이 잘나서 오늘 점심은 한정식이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식당인데 주로 고관대작들이나 출입하는 곳이란다.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올라온 음식들을 나는 무슨 맛인지도 느끼지 못하면서 꾸역꾸역 쑤셔 넣고 있었다. 길녀 :“우리 그이가 동기들 중에서 제일 먼저 임원이 된 거래 글쎄... 진짜 대단하.. 수필. 산문 2014.08.01
한동안 길동무가 되어 주었던 당신 어느날 이었던가, 빠를것도 느릴것도 없는 시간의 완행열차에 실려가다 어느 간이역에 문득 내려섰던 것. 어느 따스한 봄날의 나들이었을지, 무더운 여름날의 휴가길이었을지, 그도 아니면 삽상한 가을날의 여행길 이었을지. 아니다. 사랑을 잃어 정처없던 마음, 그 마음 누일 곳 없어 시.. 수필. 산문 2013.12.18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사랑했던 사람의 소식은 한 장의 낙엽처럼 쓸쓸하다. 우연한 자리에서 뜻밖의 사람으로부터 너무나 오래되어 잊혀진, 그러나 그의 이름, 그와 얽힌 추억만은 잊혀지지 않는 사람의 소식을 듣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와의 사랑이 제아무리 한 장의 낙엽처럼 생명력을 잃고 윤기를 잃.. 수필. 산문 2013.12.18
미묘와 자화상/김혜라 제30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산문부문 장원] 미묘와 자화상/김혜라 우리는 네 이름을 미묘라고 지었었어. 왜냐하면 그건 네가 너무 미묘했기 때문이었지. 네가 무얼 원하는지, 네 눈이 무얼 말하는지도 가늠할 수가 없었어. 네가 분명하게 좋아하는 게 딱 한 가지 있었어. 참치캔. 참.. 수필. 산문 2013.01.22
민들레-송종태 [2013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민들레 / 송종태 등황빛 초롱이 불을 밝혔나. 배꽃 흐드러진 과수원 고랑으로, 청량한 바람이 대야에 담아 놓은 치자 물빛을 순식간 풀어놓는다. 하얀 하늘과 노란 바다가 손을 맞쥘 때면 갓 깨난 연노랑 형광 나비가 하르르 날아오른다. 민들레.. 수필. 산문 2013.01.19
털장갑 털장갑 엄마, 나도 장갑 하나 사 줘. 응?” 나는 단칸방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벌써 한 시간이 넘도록 엄마를 조르고 있었고, 그런 나에게 엄마는 눈길 한 번 안 준 채 부지런히 구슬들을 실에 꿰고 있었다. 급기야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내 목적을 달성해 보려고 울먹울먹하는 목소리로 마.. 수필. 산문 2012.12.26
겨울풍경 겨울풍경 옛날 겨울 오기 전 연례행사처럼 치르던 일들이 있다. 한지로 문풍지 달고 여름 내내 세로로 쭉 찢어진 방문 창호지 침 묻혀 손가락으로 구멍 낸 자국들 다시 바르며 겨우살이 준비 하던 시절,,, 김장배추 산더미처럼 쌓아놓아 온 동네 일가친척들 둘러 모여앉아 붉은 드레스처.. 수필. 산문 2012.12.18
당신의 자장가 당신의 자장가/주인석 그리움이 사무치면 사람의 심장에서도 금 가는 소리가 들린다. 터질 것 같은 가슴에 베개를 덧대고 이불로 깁스한 채 잠든 시간이 쌓이고 또 쌓여 시계마저 바늘을 돌리기 힘든 듯 보인다. 생과 사의 별리로 부러진 인연의 뼈가 아직도 아물지 않아 불면의 밤을 보.. 수필. 산문 2012.12.08
세월의 강가에서 세월의 강가에서 /이인원아침 햇살이 하도 좋아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순간, 아직도 봄이 되기를 아쉬워하는 찬바람 한 자락이 성큼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그 찬바람마저도 부드러운 촉감으로 느껴지는 것을 보면 이 바람이 풀과 나무들을 간지럼 태워 꽃도 피우고 새싹도 돋게 하는가 보다. 봄기운 속에서 아침 일찍 이부자리 홑청을 뜯었다. 며칠 전부터 빨아야겠다고 별러 왔는데 햇살 덕분에 부지런을 떨기로 했다. 뜯어 놓은 홑청이 세탁기로 두 번은 빨아야 할만큼 많은 분량이지만 생각난 김에 해치우기로 작정했다. 일일이 빨아서 풀 먹여 다림질하고 꿰매야 하는 하얀 옥양목 홑청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새로 푸새한 홑청으로 갈아 끼운 날 저녁, 살에 닿는 그 차갑고도 까슬까슬한 옥양목 감촉이 좋아 좀처럼 바꿀 엄두를.. 수필. 산문 2012.12.06
서랍속의 기다림 / 김정미 제9회 동서커피 문학상 수필 수상작 <은상> 서랍속의 기다림 / 김정미 크고 작은 서랍 속은 우리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수런거리는 공간이기도하다. 그 서랍 속엔 꽁꽁 입구를 봉해놓은 삶의 씨앗봉투, 미처 볶지 못한 연한 베이지색의 커피, 세상을 향해 쏘아 올리지 못한 작은 공, .. 수필. 산문 201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