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난간에 바람에 나부끼는
플랜카드에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작은 음악회를 한다고 붙어 있었다.
지금우리들의 날들이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일까
나름 각자가 느끼는 시월의 체감온도는 다를 것이지만
멋진 날을 만들려 하는 그런저런 생각은 같을 것 같다
그리운 벗에게서 날아올 문자를 기다리다
먹통이면 차선으로 날씨도 꿀꿀한데 술이나
한잔 하자는 옆집 아저씨 문자도 괜찮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나
같이 하면 좋으니 말이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들을 만들기에는
세상의 순리가 엉키어 버린 것 같다
얄미운 가을비가 내리더니 밤기운이 차디차다
이불을 벗어 던진 어린아이 잠자리를 챙기기보다
외로이 서 있는 늙은 느티나무를 감싸 안아 주고 싶은
밤이니
계절이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나뭇잎들이 찬바람에
아파하면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이
세월이 만들어 놓은 순리라면 그 순리에 시위 할
권리도 세상살이 하는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싶었으니
그런들 이런들
우리들은 시월의 어느 멋진 날들만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립다 하지 말고 그리우면 달려가서 만나고 만나면
그리웠던 이야기 하고 그렇게 저렇게 부비다 보면
시월의 멋진 어느 날은 완성 되는 것 아니겠는가
멋진 시월의 밤 보내세요.
酒黨 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