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해량허주
중년이 되어 찾아간 모교의 운동장은 어쩜 그렇게
작아 보이든지 그 때에는 세상에서 제일 넓은 것이
학교 운동장인 줄 알았는데 운동장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작아져 버렸을까
그럴 것이다
운동장은 그대로 인데 그 때의 눈높이와
지금의 눈높이의 차이 일 것이다
아직도 이 순신 장군은 큰칼 옆에 차고 두 눈을 부렵떠고.
왜구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만큼 오래 된 나무 벤치에 걸터앉아
추억에 취해서 중년은 소년으로 돌아갔다.
책보다리에 국어책 산수책은 언제나
김칫국물로 지도를 그렸고
대나무에 나무바퀴 도롱태에 책 보따리 걸치고
새마을 노래 부르면서
길게 줄서서 학교 가 던 시절이 그리웠든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얼음덩어리 꽁보리밥을 따뜻하게 데우기 위해서
조개탄 난로위에 양은도시락 층층이 쌓아 놓고
도시락 까먹을 먹을 시간만 기다리던 그 시절을
지금 생각하니 아득 한 세월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추억은 살아 있다
하교 길에 뚝 방 에서 한바탕 뒹굴며
힘자랑 하던 동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아마도 나만큼 늙었을 것이다
그 시절은 꽁보리밥에 김치만 먹어도 힘깨나 썼는데
그 소년이 지금은 똥배만 불쑥 나온 중년이 되어 버렸으니
세월은 참 덧없고 무심하기만 하다.
그래도
세월이 만들어 준 추억이 있어 추억 때매 산다.
추억이 나를 살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언제 또 모교에 가련지 그 때는 또 무슨 추억이
떠오를까
지금 이 시간에도 세월은 추억을 만들고 있다.
해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