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
갈 곳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지 않은 그들과 마주앉아
하소연과 원망들이 난무하는 대화의 그물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순간순간 대화의 형태를 이동 시키면서
독한 술을 가슴이 시리도록 마신다.
그들이 가슴 깊숙이 부어 대는 술의 의미
어떤 이 에게는 한없이 독하고
어떤 이 에게는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
독함에 참고 부드럽고 달콤함에 유혹되는 순간들이 있어
도시의 밤은 뭇 사내들의 위로의 공간 인지도 모른다.
한 잔의 술잔 에서도 서열이 정해지고 그 서열 속에서
권력이라 힘이 형성되기 때문에 그 권력에 순응해야만 한다.
차라리 홀로 독 독주를 마시는 것이 때로는 고달픈
삶 속에서도 즐거움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고독한 그들은 어울림이 만들어 주는
탁자에서 버텨야 한다.
괴팍한 철학자도 너 자신을 알라고 하였지만
결국은 그도 자기 인생에는 책임지지 못하고
온갖 개똥철학만 세상에 남기고 죽었듯이
진정 술잔에 담긴 그들의 개똥철학들이 사자의 철학보다도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사람들의 삶인가 싶다
어울리지 못하면 외로움에 고독해야 하는 것이 또한
인생인가 하면서 그렇게들 살아가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마도 그들은 가슴이 시리도록 독주를 퍼 부어도
마음은 언제나 허전 할 것이다
그런 것이 인생이라면 인생이니 말이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정이란 것이 있고 인연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것들 때문에 사람들은 늘 울고 웃는 것이니까
도시의 밤은 깊어가고 그들의 대화가 바닥이 나도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머니 속의 지폐는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는 것이 진리임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해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