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을이 좋다

그래도 가을이 좋다/허주 하늘이 푸르고 높아서 그래서 가을이 좋다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른 이유는 여름철에는 습도가 많아서 멀리 볼 수가 없고 가을이 오면 습도가 낮아져 대기가 건조해 지니 파장이 짧은 파란빛이 산란되어 더욱 파랗게 보이는 것인데 그런 과학적인 이유 보다 나는 서정시 속의 이야기 하늘은 높고 푸러구나 그래서 가을이다 하는 내용이 더 좋다. 오늘은 텃밭에서 그리고 공장에서 마지노선을 치고 때를 지어 공격하는 검은 모기 때와 전쟁을 벌였다 가을 이 시점에 풀밭에서 곤충들과 살던 검은 날개 모기들이 아파치 헬기를 몰고 완전 무장 하여 해가지면 따뜻한 실내로 쳐들어 와서 스치기만 해도 가렵고 빨갛게 키스를 하다가 매서운 손바닥과 킬라 한 방에 장렬히 전사를 한다. 그래도 끝없이 쳐들어오는 모기 때 때문에 하루 종일 종아리가 괴로웠다 요즘 모기는 처서 장군이 진을 쳐도 콧방귀만 낀다. 처서가 오면 모기들이 입이 삐뚤어져 힘을 못 쓴다고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직 모기들이 서슬이 시퍼렇게 달려드니 동장군이 빨리 와서 동사 시켜야 모기로부터 해방이 될 런지 동 장군이 온다 하여도 하수구 안에 은폐 엄폐 하여 기회만 있으면 쳐들어오니 인간들이 발전 한 만큼 모기들도 발전 된 것 같다. 남도 지방에 처서와 모기에 대한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물었더니 모기가 하는 말이 사람들이 날 잡는답시고 지가 지 허벅지 지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고 했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 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간다고 했다 그런데 처서가 언제인가 한 달 전에 벌써 왔다 갔는데 아직 모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처서 장군도 이제는 모기에게 포로 되어 버린 것 같다 이제는 믿을 놈은 동 장군 뿐인데 아직은 저 멀리서 서서히 오고 있으니 아직은 모기와 전쟁을 해야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모기들이 아무리 독해졌다 하여도 세월에게 이길 수 있겠는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들도 세월과 같이 늙어 가거늘 모기 지 놈들이 뭐라고 세월 에게 이길 수 있다 말인가 지금은 모기보다 환절기라 감기에 걸리지 않게 또 감기와 전쟁을 해야 하니 인간들은 이 세상에 태어 난 그 순간부터 끝없는 전쟁을 해야 하나 본데 나는 아직도 울 마누라 와 모기와 전쟁 중이니 언제 종전 선언 을 할지 깊어 가는 가을 밤 그대와 같이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오늘도 나는 외로운 귀뚜라미와 외로운 저 달과 외로운 술잔과 같이 하려 합니다. 꿈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