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허주
어제내린 비 때문일까
바람 때문일까
하늘이 맑아졌다.
어제는 비를 맞고 수줍은 듯 피어 있던 백일홍이
오늘은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웃고 있었다.
백일을 피는 동안 전설보다 더 사연이 많은 꽃
꽃은 팔월에 피는 동안은 사랑을 팔았다면
구월에 피어 있는 동안은 풍요를 기원하며 피어 있다가
구월이 떠나면 함께 가을 속으로 떠날 것이라 싶다
매년 피어서 사람들의 눈을 황홀하게 하여 주는
백일홍이 오늘따라 더 눈이 부신다.
오일장에 들려 보니 햇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가시집 속에서 몽글몽글 중머리처럼
빛나는 밤톨이 나올 수 있었을까 정말 신기했다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듯이
가시집 속에서 태어난 그 밤알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모두 가을의 힘이다
진정 가을은 그렇게 전설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 하루는 햇살처럼 빛나는 하루 보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