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들/허주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어둠이 도시를 삼켜 버렸다
삶에 찌든 그들이 한편의 드라마를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웃고 떠드는 놈들 하루를 하소연 하면서 아무 죄 없는
술병만 비우는 놈들 그들이 이 어두운 도시의 주인공들이다
그 속에서 그들은 어색한 연기를 하면서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하루를 허비 하면서 시청자 없는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 슬픈 세상이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슬프다 해야 할지 모르지만
TV속 드라마 주인공 들은 항상 화려하기만 한데
현실 속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그들은 어찌하여 항상
슬프고 괴로운 연기만 하여야 하는 것인지
그들을 슬픈 주인공으로 만든 그들은 또한 누구인지
밤하늘에 떠있는 달이 웃고 있다
이 슬픈 세상에서 꼭두각시가 되어서 어색한 연기를 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달이 웃고 있다
어두운 도시를 헤매느니 차라리 둥지를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참 연기라는 것을 그들은 모르니 말이다
하루가 가고 또 내일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이 찰나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되돌아오지 않듯이
시계바늘은 이미 새벽으로 향하여 돌고 있다
시간이 가든 말든 그들은 아무상관 없는 어두운 도시 속의
불나방이 되어서 헤매고 있을 뿐인데
나 역시 오늘밤 그들처럼 늙은 주모에게 돈 폭탄을 쓰고 와서니
이 밤이 새면 늙어가는 나의 육체는 나를 보고 무슨 말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