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허주
지금
몇 잎 달리지 않은 오동나무 이파리 끝이
갈색으로 변해 간다.
어느 사이에 나뭇닢 들도 낙엽 되어
이리저리 갈 곳을 잃고 뒹굴고 있다
바람은 방향 없이 불어온다.
가을 을 기다리던 참새들은
허수아비의 벗이 되고
어제 밤에 울어대던
귀뚜라미는 지금도 울고
민들레는 이미 홀씨를 버리고
가을걷이를 하였다
화분에서 피어있는 국화는 벌들과
하루를 보내는 한가한 오후 가을은
더욱 깊어만 간다.
흐린 날 쓸쓸한 바람이 분다.
지금 가을이라 하여야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