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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바람처럼 그렇게

자작글1

오후 산책길에서

해량 2015. 9. 18. 16:58
    산책길에서/허주 차 한 대가 겨우 갈수 있는 좁은 산길로 차는 경음을 내면서 기어갔다. 차바퀴에 치어서 터지는 누런 밤송이들이 차를 원망 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을 원망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가을이 오기 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무에 살았다 그러한 날들은 가고 세월이 지고 온 가을이 초목들을 사랑하기에 다 가져 버렸다 알 밤톨처럼 잘 깍 아 놓은 어느 사람들의 조상 무덤들이 가을 햇살을 받아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 작은 소나무 밑에는 가을을 그리워하던 애기 버섯들이 지난 밤 내린 비에 졌어 무거운 갓을 쓰고 통통한 애기다리로 중심을 잡고서 가을산과 이별 준비를 하고 있다 초가을 여기에 왔을 때에는 억새들이 불룩하게 알만 배고 있었는데 이제는 하얗게 피어서 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가을은 이제 모든 곳에 깊숙이 파고들어 또 다른 계절을 부르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초목들이 푸른 것을 보니 깊은 가을날 내가 보았던 푸른 나무들이 누렇게 퇴색되어 땅바닥에 뒹구는 모습보다 정이 더 간다. 하지만 멀지 않아 노란 단풍으로 갈아입고 흙속으로 묻혀 갈 나뭇잎을 생각하니 그 나무들처럼 나의 마음도 서서히 비워지는 느낌이 든다. 가을이 가면 또 오는 것 아직은 가을이 우리들 곁에서 머물고 있으니 가을과 이별 할 날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누구를 만나서라도 자연의 벗이 되어서라도 어느 술집에서 그렇게 추억을 쌓았노라고 애기 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놓아야만 계절이 또다시 바뀔 때 서운하지 않을 것 같아서. About You / Yoshimata R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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