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바람처럼 그렇게
자작글1
오전일기/허주 흐린 하늘 속에 가을이 보인다. 가냘프게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손짓에 어디선가에서 몰러든 고추잠자리들이 활공을 한다. 늙은 고추나무에는 아기 고추들이 수줍은 미소를 지어며 앞 다투어 빨간 색칠을 하고 돼지족발 하나 물고 신바람 난 우리 집 귀염둥이 길 동이는 전깃줄에 앉아있는 까마귀와 기싸움에 한창이다 하늘이 흐린 만큼 기분은 우울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밝은 모습에서 위안을 삼는다. 하얗게 피어 있는 나락들이 마치 물결치듯이 흔들리고 바람은 나뭇가지에 걸러 이파리와 정겨운 노래를 부른다. 그 잎이 파르르 떨릴 때 마다 가을의 음률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어제는 버섯채취 산행을 하였다 숲속에는 이미 가을이 와 있었다. 억새들이 필 준비를 하고 긴 다리 여치는 풀 가지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다. 이름 모를 버섯들이 수없이 피어 있었다. 소나무가지 밑에는 싸리버섯들이 하얗게 나 있었고 참나무 썩은 고목에는 개암버섯들이 노랗게 달려 있었다. 정녕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다 농부들이 여기저기 걸어 놓은 깨 단들이 정겨워 보였고 한 폭의 그림 같은 밭고랑에는 풀들이 바람에 춤을 추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정말 창조주에게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우리들은 그런 계절을 준 창조주에게 아니 가을을 준 계절의 신에게 감사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제는 허수아비가 한 몫을 할 때다 때로는 참새와 벗이 되어 주어야 하고 때로는 참새와 숙적이 되어야 한다. 주인이 만들어 준 그대로의 모습으로 웃고 있는 허수아비가 춤을 추는 들녘에는 메뚜기들이 노랗게 약이 올라 애기를 업고 다닌다. 이 때 쯤 사람들은 고독에 빠지기 좋은 때다 왜냐면 모든 것이 영 글 때는 마음이 허전한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보면 쓸쓸하게 부는 바람도 고독을 부추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가을 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또 어디로 가야만 하는 것인가 고민에 한번 빠져 보자 가을 여행의 계절이자 독서의 계절이다 계절이 익어 가는 만큼 모든 것이 풍부하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만큼 이 가을에 독서 삼매경에 빠져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도 좋을 듯싶다. 가을이니 가을 노래를 부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