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이었던가,
낙엽들이 자신을 버리고 세월의 흐름에
순응 하던 날
완행열차에 실려 가다
어느 간이역에 선듯 내려섰던 것.
사랑을 잃어 정처 없던 마음,
그 마음 누일 곳 없어
간이역 이정표 아래에 서 있는 나를 보았으니,
떠나온 곳과 떠나갈 곳이 아프게 나뉘어져 있는
이정표 아래에 서서
멀어져가는 기차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으니,
그리고
그 간이역에서
서럽고 막막하던 마음이
어느새 어스름 땅거미로 내려앉는
것을 바라보면서 지나온 여정을 긴 한 숨으로
회상하던 기억은 아쉬움과 아픔과 그리움들이
가득가득 교차 하였던 것을
그리고
사랑을 잃고,
사랑하는 마음을 잃고,
덧없어 하는 마음 얻지 못했더라면,
알 수 없었겠지요.
집착하여 머물러 있고자 했던 역들도 스쳐 지나가는
길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