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노인/허주
사람들은 가을을 탄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가을을 타는 것이 아니고 가을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진정 가을을 타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가을바람이 쓸쓸하게 부는 마당에서 하염없이
담배연기만 내 뿜어 면서 앉아있는 노인이다.
나는 갑자기 그 노인에 대해서 궁금하였다.
노인 곁으로 다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니
땅바닥에다 알 수 없는 낙서를 하고 있었다.
그의 낙서에는 외로움이 그려져 있었다.
어른신! 뭐하고 계십니꺼?
뭐 하긴요 할일이 없고 심심해서 앉아 있소이다.
아재요~~안 바쁘면
커피나 한잔 하고 가소..........
한 잔의 달콤한 믹스커피를 마시면서
노인의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다.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오.
주말에는 우리 아들이 올란가 모르겠소.
호박도 고추도 주어놓은 밤도 가져가야 하는데
어른신 아들이 보고 싶은 거지요 자주 옵니까?
걸쎄요 바빠서 못 오지요 추석에 오고 안 왔는데
이달에는 오겠지요.
혼자 있어몬 편하지 뭐~~
다 그런 것이 자식이러니 하이소
때가 되면 오겠지요. 너무 기다지지 마이소
그런 대화를 하고
노인의 외로운 가을이 빨리 지나가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서 오려니 가슴 한 구석이
텅 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나가는 길에 자주 놀러 오라는 말을 듣고서
노인과 헤어졌지만 아직 그 노인의 모습이 아른 그린다.
가을은 어째서 노인을 외롭게 만드는가.
이 깊어 가는 가을을 그냥 즐기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깊어가는 가을밤 노인은 무엇을 하고 계실지 궁금하다.
자식이 무엇이라고 노인은 그렇게 기다리고 계시는지
아마도 지금도 오지 않는 돈 번다고 억수로 바쁜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막걸리 한 잔에 기울이면서
고독과 싸우고 계시지 않을까
우리들 아니 나의 미래도 노인과 같을까 아마도.......
해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