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물은 맑았다
세상풍파 다 겪다 보니 탁해 있었다.
긴 시간을 달려오면서 탁하게 변해 버린 물은
드디어 짜고 시린 바닷물을 만난 것이다
멀리도 달려 왔다
때로는 지렁이도 만나고 때로는 가재도 만나고
때로는 피라미와 영력 다툼 하면서
여기 까지 달려왔건만 너무 짜고 시리다
시리도록 맑았던 작은 계곡에서 태어나
순수하게 살아 온 물은 소금에 저러지고
거친 바람을 만나 파도로 변해 소멸 된다
우리들의 인생사도 물과 같은 것
이른 봄 얼음 속에서 태어나 작은 계곡을 만나 졸졸 흐려다
꽃을 만나고 풀들을 만나고
유월 땡볕에 뜨거운 태양을 만나 온몸을 태우고
태풍 속으로 뛰어 들어 작은
존재조차 찾지 못하다 존재를 찾았다 했을 때
다다른 곳이 바다라
그 속에서 소멸 되는 것 그것이다
하지만 물처럼 살기도 그리 쉬운가.
바다에 도착하기 전에 시궁창에서 섞어가는
한 많은 인생도 있으니 말이다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누가 돌팔매 짓을 해도 물결 한 번 일구어 주면 되고
어느 누가 더러운 발을 담가도 깨끗하게
씻어주면 되고 목마른 이에게 한바가지 펴주면
되는 것인데 그것이 그리 쉬운가.
물처럼 흐르다
바람처럼 쳐 박히고
구름처럼 흩어지고 그런 삶이.
세월 참 바르게 흘러가네.
팔월의 끝자락에서 넋두리해
야 하니 말일세.
시인이 읊었던 고향의 청포도도 익어 버렸고
농부 밭고랑의 고추도 익어 버렸고
감나무 감들도 까치들을 유혹하니 팔월이 저무는가 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는 구월이라는 또 다른 날들이
다가오니 팔월이 간다 하여도 슬프지 않으리라.
한 달 전에만 해도 팔원은 달력 속의 한 페이지라 생각 했는데
이제는 넘겨야하는 폐이지가 되었지만
그래도 작은 추억들은 남지 않았을까
팔월 잘 마무리 하시고 구월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