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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바람처럼 그렇게

자작글1

그때 봄

해량 2020. 5. 14. 09:14

    그때 봄.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하여 청보리가 더 자라서 보리알 주머니가 제법 통통해졌다 오월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계절 가정의 계절이다 쑥쑥 자라나는 보리처럼 사람들의 가정에도 행복이 쑥쑥 넘치면 좋겠다. 우리들 어린 시절 봄은 언제나 시냇가로부터 왔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시냇가 돌 틈 사이로 맑고 투명한 얼음이 막 녹아내려 청아한 소리를 내면서 흘러내리면. 고사리 손을 흐르는 물에 담그면 시리도록 정겨웠다 개울가 버들강아지 가지마다 가득 물이 오르고 노란 개나리 몽우리가 노란 병아리 벼슬처럼 피어 날 때 보리밭 언저리에는 행운의 하얀 크로버가 피어서 고사리 손가락에 꽃반지를 끼워 주었다 그 때 나에게 선물 받은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온 동네 동네마다 산과들에 꽃 대궐을 지어면 비로소 꽁꽁 얼어붙어 있던 세상은 겨울의 마법에서 완전히 풀려 생기를 찾았다 빨래터에는 젖무덤 축 처진 여인들의 콧노래 소리에 빨래 방망이는 춤을 추었고 아이의 검정 고무신에는 미꾸라지들이 사형수가 되어있었다 잠에서 막 깬 아기 송아지가 어미 젖동냥을 하던 봄 그런 봄을 지금은 볼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때 그 시절 봄이 사무치게 그립다 어느새 세상을 너무 많이 살아 버린 지금 봄이 다시 찾아와도 반갑지가 않다 세상을 이만큼 살아 왔으면 봄과 친숙해 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왜 그런지 몰라도 봄이 오는 것이 이제는 두렵다 세월이 가는 것이 두렵다는 말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래도 봄은 이미 와 버렸고 다음 계절에게 세상을 물러 주려 한다. 아카시아 꽃향기보다 더 정열적인 장미가 피었으니 어찌 세월이 가진 원초적 진리를 거부 할 수 있겠는가 오늘따라 그 때 그 시절 내 고향 봄이 무척 그립다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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