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오후/허주
오래 만에 어제 일요일이 한가했다 혼자만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얻은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뒷산에 길순이와
둘이서 올라갔더니 산감(돌감)이 주렁주렁 열러 있어 한 소쿠리
따 왔다 옛날에는 돌감도 없어서 못 먹었는데 요즘은 텃밭에 있는
단감도 안 먹는데 돌감을 누가 거들떠나 보겠는가.
돌감을 보니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지난 금요일 진성 시골집에 다녀왔는데
96세 아버지께서 농사지은 고구마를 한 푸데 가져 왔는데
막상 가져 왔지만 보관하기가 곤란 했다
베란다에 잘 못 놓아두면 썩어서 버리거나 아니면 싹이 나서
못 먹기 다반사라 고민을 하다가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자란 우리들이 고구마 뻬데기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일부를 작두로 적당히 썰어 말려 놓았다
어릴 적에 기니긴 겨울 밤 배고프면 빼데기로 배를 채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고구마 빼데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커 가니
어쩌면 좋을까 촌놈들이 출세를 하고 힘을 쓰는 바탕에는 뻬데기가
깔려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가을볕이 좋아서 벌써 물기가 잡혀서 이삼일 말리면 뻬데기 맛이
날 것 같아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빼데기로 쑨 죽도 일품이었는데 과연 그 맛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푹 삶아서 팥 넣고 죽도 한번 만들어 먹어 봐야 되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들은 고구마에 대한 추억이 정말 많다
우리들은 고구마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구마처럼 달콤하고 넉넉하게 나머지 인생을 살자
드디어 소국이 몇 송이 피었다.
귀뚜라미가 운다고 해서 가을은 아니다
가을은 정녕 소국이 피고 소쩍새가 울어야 가을답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기를 느끼고 한낮에는 기온이 높아져 온도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시점이다 이쯤에는 면역력이 최고다
면역력을 기르는 되는 운동이 최고고
나이가 들면 하체가 자꾸 가늘어 지고 근력이 약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본능 적으로 50대 이후 산을 찾게 되는 것이다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주당 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