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예찬1/허주
그 때는 진정한 술맛이 무엇인지 몰랐었다.
그러니 몇 잔 마시면 짜릿한 기분 때문에
세상살이 이렇게 고달픈 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무미건조 하게 어울러 부어라 마셔라 하던 때가 있었다.
남보다 많이 마시면 마치 전쟁에서 공을 세운 영웅처럼
두 어께에 힘을 주고 어시 되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 짓은 분명히 막걸리에 대한 모독이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만큼 인생의 쓴맛을 이제는 알았다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맑은 술은 별 의미가 없다.
맑은 술은 인생이 너무 투명하게 보여서 재미가 없고
독한 술은 인생살이가 너무 독한 것 같아서 그렇고
탁하지만 그 안에 탁한 만큼 보이지 않는 인생의 참 맛이
섞여 있는 것 같아서 막걸리가 좋은 것이다
나이가 드니 벗을 만나면 소주 한잔 하자는 말 보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 하자는 말이 먼저 나온다.
이제 나도 막걸리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 나이가 되었을까
내게 남은 생의 진정한 벗은 투박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한 잔의 막걸리다
사람들은 떠나가도 막걸리는 항상 내 옆에 있으니
과거에도 그랬었고 지금도 먼 훗날에도...............
막걸리는 마지막 나의 벗이다.
Mary Duff - Just Loving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