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허주
어느 해 무더운 여름 소년은 이곳 어떤 장소에서
태어났을 것이 라는 생각에 잠시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태어난 아이는 세상을 한 바퀴 돌고 돌아
이제 중년이 되어 찾아온 것입니다
우거진 대숲을 헤치고 터를 찾아보았습니다
대숲으로 변해 버렸지만
기억 속에 남아 있었던 그 장소였습니다
그렇게도 넓어 보이던 마당이 너무 초라하게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흙장난 하며 놀고 있는 한 소년을 보았습니다
징검다리가 놓여 있었던 흔적은 사라졌지만
조심조심 징검다리를 건너던 소년은 보였습니다.
이른 봄 개울가에 하얗게 피어나던
버들강아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발가벗고 물기기를 잡으며 놀고있는 소년은 보였습니다
언제 다시 그곳에 가련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세월이 좀 더 흘려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터에서 지나간 추억을 담아 돌아오긴 하였지만
왜 그런지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이 자리를 잡습니다.
다시 그 터에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