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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1

소국이 필 때면

해량 2016. 10. 4. 11:52
    소국이 필 때면/허주 오래전에 길이 아주 좁고 조용한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갔다 시골이라 보니 몇 가구 살지 않았다 젊은 사람은 없고 그의 촌로 들이었다. 옆집 부부는 젊기는 하였으나 성격이 모가 나서 이웃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 부부가 사는 방법이 참 특이 했다 물론 드라마 에서도 보고 요즘은 그렇게 입장이 바뀌어서 사는 가정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 집도 안팎이 바꿔져 있었다. 아주머니는 덩치가 크고 아저씨는 외소 했다 그러다 보니 농사일은 아주머니가 다 하고 아저씨는 백수 비슷하게 막걸리나 마시면서 세월을 보냈다 아주머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담장을 넘을 때면 그 날은 아저씨 죽음의 날이었다. 아침에 보면 눈 티가 밤 티가 되어 시퍼렇게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이 가정 폭력인데도 남의 가정사라 신고를 할 수 없고 해서 그냥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세월이 흘러서 조금 정이 들다 보니 아주머니는 고추 배추 기타 채소 등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지금은 나는 아파트로 이사를 해서 답답하게 살고는 있다 아파트가 너무 답답하다. 그 곳이 너무 그립다. 시월 이맘때면 고추잠자리들이 때를 지어서 날아다니고 메뚜기들이 집 마루까지 뛰어 들어 왔다 집집마다 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들이 너무 보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장대를 가지고 감나무에 달려있는 홍시 따먹는 재미는 아직도 있지를 못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봄이었는데 제법 큰 화분이 하나 생겼다. 무엇을 심을까 고민을 하다가 가을날에 피는 국화 생각이 나서 그 집 담장에 지천으로 있는 소국을 몇 포기 파서 심었다 물론 허락도 안 받고 파서 심었다고 아주머니 에게 혼은 났지만 그 소국이 6년 동안 그 화분에서 자라고 있다 지금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 꽃 몽우리들이 엄청나게 달려 있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니 그 아주머니 생각이 나서 이런 글을 써본다. 아직도 아저씨는 맞고 사는지 술은 좀 적게 마시는지 일은 하는지 아주머니는 성질 좀 죽이고 사는지 앞집 할머니는 안돌아 가시고 살아 계시는지 궁금하고 그 보다 내가 살던 주위의 모든 식물들이 너무 보고 싶다 며칠 전에 우연히 그 곳을 지나다가 제법 친하게 지내던 박 영감님을 보았는데 많이 늙어 보여 마음이 짠하였다. 인사를 하고 가려 하다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냥 지나가 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인사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그동안 잘 계셨냐고 건강은 하시냐고 딱 두 마디면 될 것을 말이다 하지만 조만간 그 곳에 놀려 가볼 생각이다 이사 올 때 텃밭에 심어 놓았던 약초가 있는데 아직 자라고 있는지 확인도 하고 마을어른 들도 잘 계시는지 안부도 묻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사를 한다. 나도 아직 예순도 안 되었지만 이사를 참 많이 한 것 같다 좋은 환경을 찾아서가 아니라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가고 형편이 조금 나아져서 또 가고 남들이 전원주택 좋다하니 호기심에 또 가보고 무엇보다 신혼살림 차리고 방 한 칸에 부엌 하나 딸린 그 집이 너무 좋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살다보면 또 이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곳에서 살다가 가기에는 우리들의 인생이 너무 허무 한 것 같아서 요즘은 캠핑이 유행이던데 텔레비전에서 보니 부부끼리 캠핑카를 몰고 다니면서 전국으로 이사를 다니며 여행을 하는 것을 보고 참 부러웠다. 그런데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기는 하였지만 하지만 낭만적이고 멋진 삶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들이 인생에서 졸업을 하면 갈 곳은 한 곳 뿐이다 차가운 음택 에서 썩어 가든지 아니면 1800도 화로에서 한줌의 재로 남아 산천초목 거름이 되든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며칠 후면 피어날 소국 이야기 이었는데 조금 다른 데로 빠져 버린 것 같다 가을이 오니 그 곳이 생각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 마음이 울렁울렁 그린다. 내가 살던 그 집 마당에 몇 그루 있던 그 감나무 잎이 떨어지고 또 소국이 아름답게 피어 벌들이 모일 무렵이면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것이 갑자기 궁금하여 펜을 놓아야 되겠다. 삽입곡 Tornero - 남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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