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허주
계곡을 타고
고요히 물은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래된 낙엽과 나무 가지들은
얼기설기 질서 없이 엉키어 흐르는 물을 막고
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바위는 시들어 버린 이끼를 사랑했고
나무는 떠나버린 잎을 그리워했다.
속세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나는 방랑객 일뿐
나무와 바위와 흐르는 물을
바라 볼 수는 있어도 사랑 할 수가 없었다.
그 곳에서 난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으니.
흐르는 물을 타고 내려가는 낙엽을 보았다
그것을 보면서 서럽고도 서러웠던 것은
그 낙엽을 타고 가면 천국으로 갈 것 같은
그런 허망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계곡은 흐르고 있을까
그 바위는 아직도 이끼를 사랑하고 있을까
아직도 나무는 떠나버린 잎들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나 다시 그곳에 갈 수 있다면 나무와 바위와 낙엽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