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차
서풍이 몰아칠 때 맞받아칠 동풍은 무엇인가. 서양에는 ‘
소믈리에(sommelier)’가 있다면, 동양에는 ‘품명가(品茗家)’가 있다.
소믈리에는 와인의 맛을 감별하는 전문가를 가리키는 표현이고,
품명가는 차(茶)의 맛을 감별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차와 와인은 전문 감별사가 따로 존재해야 할 만큼
매우 섬세한 기호품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차와 포도는 수확하는 그 해의 기후에 영향을 받는다.
비가 많이 온 해에 수확을 했는가, 아니면 가뭄이 들던 해에
수확했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둘째, 맛·향·색깔·투명도·부드러움 등등을 따지는 기준이 양자 모두 비슷하다.
셋째, 산지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다. 와인도 프랑스 보르도산인가,
칠레산인가에 따라 맛이 다르듯이 차도 지리산인가,
전남 보성인가,중국 무이산인가에 따라 맛이 다르다.
넷째, 어떤 잎으로(포도로), 어느 해에 만들었느냐에 따라서
빈티지(vintage:제작연대)를 결정한다. 양자 모두 빈티지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다섯째, 차와 와인은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저질에서 극상품(極上品)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
와인도 수백 종류가 있지만 차도 수백 종류가 넘는다.
가격도 1만~2만원대에서 수천만원대까지 걸쳐 있다.
그렇다면 차와 와인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와인은 한 자리에서 3~4병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지만,
차는 보통 1통을 사면 6개월 내지 1년의 시간을 두고 먹는다.
차에 비해서 와인이 훨씬 소비가 빠르다. 와인은 많이 먹으면 알코올에 취하지만,
차는 맛과 향에 취한다는 점이 다르다.
차의 깊은 맛을 알려면 마음이 가라앉아 있어야 한다.
마음이 바쁘면 깊은 맛을 느끼기 어렵다.
차 맛을 깊게 느끼려면 마음이 한가한 건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사라고 하는 게 묘해서 마음이 한가한 건달은
차 맛을 알지만 돈이 없어서 못 사먹고, 바쁘게 사업하는 사람은
돈은 있지만 마음이 산란해서 차 맛의 깊은 풍류를 알 수 없다.
차를 유난히 좋아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은
술을 좋아하는 민족은 망하고, 차를 좋아하는 민족은 흥한다’고 말씀하셨다.
술보다는 차를 권하셨다
조용헌 살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