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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잠자리의 전설

해량 2012. 10. 27. 07:37

                  

 

고추잠자리의 전설

 

어디인지 모르게 약간은 외로워 보이고
슬퍼 보이는 잠자리 한 마리가 풀섶에 가만히 앉는다.
저녁노을이 잠자리의 얼굴에 스미어들자
더욱 처량하게 보인다.
그에겐 친구가 없는 듯하다.
언제나 혼자였고, 외로웠기에 슬픔이 많은 그런 눈동자다.
마치 혼자만의 삶에 익숙한 듯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하늘을 날던 잠자리 한 마리가
그의 곁에 살며시 앉는다.
무척이나 귀엽고 어여쁜 잠자리다.
잠자리의 가슴은 당황하며
약간씩 뛰기 시작한다.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는 수줍게 웃고 있었다.
잠자리의 가슴은 점점 더 거세게 뛰기 시작한다.

‘어쩌면 저리도 곱고 어여쁠 수가 있을까?’

잠자리의 눈엔 그녀의 웃는 모습이
하늘나라 천사보다 더 예쁘고 깨끗한 것만 같았다.
그냥 언제까지나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잠자리에겐
작은 욕심이 생겼다.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멀리 숨어서 바라만 보던 잠자리는
어느 날 용기를 내 그녀에게 고백을 했다.

“저와... 친구가 되어 줄래요.
전... 지금 너무 외로워서 친구가 필요해요.”

그녀는 잠시 당혹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수줍게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잠자리는 너무 기뻐서 정신없이
그녀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좀처럼 그녀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잠자리는 속으로 미친 듯이 소릴 질렀다.

‘꿈이 아니다. 정말 나에게도 친구가 생긴 거야.
나도 이젠 외롭지 않다구...’

잠자리와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늘 만났다.
노래도 부르고, 풀피리를 부르다 지치면
서로의 날개를 부딪치며 사랑을 속삭였다.
아, 흐르는 시간이 이대로 멈출 수만 있다면...
이것이 남들이 말하는 행복이구나!
꿈보다 아름다운 현실...’
잠자리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하리라 생각했다.
무수히 감사했다. 자꾸 자꾸만...

그러나 인생이란 것은 짓궂게도
영원한 것은 없는 듯 했다.
그가 외롭고 쓸쓸할 때
그녀가 날아와 잠시 행복했던 것만큼
불행의 그림자 역시 너무도 쉽게 찾아왔다.
그날도 그들은 처음 만났던 그곳에서
서로의 날개를 부딪치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제비 한 마리가
그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잠자리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결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내던지며 싸웠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제비가 필사의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잠시 하늘 높이 치솟아 올라갔을 때였다.
잠자리는 그녀를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내가 죽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내가 죽어 그녀를 살릴 수만 있다면...
죽음조차도 행복하리라...’

잠자리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짓을 지으며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제비가 자신을 낚아채기
좋은 자세를 취하며 죽음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눈물을 흩뿌리며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그녀의 모습이
잠자리의 눈에 들어왔다.
잠자리는 이를 앙다물며 참으려 했다.
하지만 금세 두 눈에서 뜨거운 그 무엇이
길게 한줄기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가 잠시 알았던 행복이라면,
못난 나로 인해 그녀가 살수 있다면
후회하지 않으리라...’

순간, 제비는 재빠르게 잠자리를 낚아채고
어디론가 날아가지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쯤 날아갔을까.
잠자리는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제비는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듯 속력을 줄이며
하강하기 시작했다.

‘살아야 한다...
그녀의 얼굴을 한 번만 더 보고 싶다...
그녀 혼자 슬퍼하게 놔둘 수는 없다...
그녀의 슬픔을 위로해 주어야 한다...’
그녀가 위험한 상태에서 벗어난 것을 깨달은 잠자리는
제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탈출을 포기하려 할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강한 돌풍이 휘몰아쳤다.
순간, 제비가 균형을 잃고 휘청하자
잠자리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제비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잠자리가 땅에 떨어졌을 때
이미 그의 날개는 산산조각이 나서
더는 날 수가 없었고,
몸뚱어리는 피투성이가 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잠자리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단 며칠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절망하지 않았다.
갈기갈기 찢어진 피투성이 몸을
힘겹게나마 앞으로 굴리기 시작했다.
그녀와 처음 만났던 그곳에 가기 위해서였다.
가야 한다... 반드시 가야한다...
슬퍼하는 그녀를 위로해 주어야 한다...
그녀의 그 맑고 깨끗한 두 눈에
눈물이 흐르게 해서는 안 된다.’

자갈밭을 구르다 살점의 일부가 찢겨져 나가고,
가시밭 넝쿨을 구르다 날카로운 가시가
심장으로 파고들었지만 잠자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몸을 굴렸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쉬지 않고 굴러가던 잠자리는
결국 기력을 다 소진한 채
아득히 먼 낭떠러지 아래로 힘없이 굴러 떨어졌다.

죽은 줄 알았던 잠자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어느 늦은 오후였다.
하늘가엔 붉은 노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너무 슬픈 하늘이다.
만지면 눈물 한 줄기가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은...
하늘은 지금 잠자리의 마음이었다.
잠자리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또다시 몸을 굴리려 했다.
하지만 온 몸이 마비되어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 절망이다! 이젠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잠시 알게 된 것이
결국 이런 죽음으로 대신하는구나... 이런...’
단 한 번도 자신을 거둬주지 않는 신을 원망하며
잠자리가 미친 듯이 울부짖고 있을 때였다.
고요와 정적을 깨고 저 멀리에서
한 쌍의 잠자리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비록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척이나 행복하고 다정스런 모습 같았다.
잠자리는 자신도 모르게 한탄조로 중얼거렸다.

‘아, 나도 한때는 저들처럼 행복했었는데...’

잠자리가 체념과 서글픔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려 할 때였다.
하늘을 날던 한 쌍의 잠자리가 낮게 활공을 하며
그가 누워있는 풀섶 근처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들은 너무도 행복하게 사랑의 밀어를 속삭였고,
웃음소린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커져만 갔다.

사랑의 영원함과 생명의 절실함,
그리고 단 한 번의 만남을 간절히 소망하던 잠자리는
모든 것을 이미 포기한 듯
행복하게 재잘대는 한 쌍의 잠자리들을 외면한 채,
비참함과 부러움으로 자신의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잠시 멎었던 눈물이 또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어디에서 불어왔는지 모를
저녁 바람 한줄기가
잠자리의 눈물을 훔치더니
다시 저 멀리로 사라져 버렸다.
너무도 고독한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혼자만의 슬픔을 간직한 채,
희미해진 자신의 의식을 부여안으며
이젠 다른 세상으로 떠나려는
잠자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려는 듯...

잠자리가 자신의 사랑을 정당화하며,
어쩌면 후회하지 않으려 애쓰며
마지막 생명의 끈을 막 놓으려 할 때였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그 다정스럽고 반가운 목소리가
잠자리의 귓전에 아스라이 울려 퍼졌다.
무척이나 행복한 저 웃음소리...
나만이 사랑했던...
나만을 위해 노래 불러주던 바로 그 목소리다...
분명...’
잠자리는 마지막 남은 온힘을 다해
소리 나는 곳으로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에 그토록 다정하게 웃음 짓던
한 쌍의 잠자리들이 보였다.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그 귀엽고 어여쁜 얼굴,
그 해맑은 눈동자,
그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녀였다.
잠자리는 너무도 반가워서
미친 듯이 소릴 지르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그의 목소리는 이미 마비되어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였다.

‘그... 그녀가 살아있다...
저토록 행복한 얼굴로... 그러나... 그러나...
분명 잘못 본 것이리라...
이것은 환상이다...
그녀는 분명 그 어디에선가
날 위해 슬피 울고 있을 것이다.
아냐... 내가 너무 지친 탓에
지금 그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일이...’
잠자리는 몇 번이고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의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포기하고 그녀를 지켰는데...
그것이 한낱 나의 만용에 불과했단 말인가...
아니면 나의 어리석음 때문이었단 말인가...

아니다...

이건 분명 사랑 때문이다.
늘 행복했던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
죽음보다 더한 외로움과 고독을 모르는
다른 이들과는 차원이 틀리다...
단 한 번의 나의 사랑이...
단 며칠간의 나의 사랑이...
왜 그리도 절실하고 소중했는가를...

지난날... 나 단 하루만이라도
진실 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게 해달라고
몇 날 며칠을 밤새워가며 기도했던가...
그런데 이제와 후회할 수는 없다....
어차피 영원한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살아가느니,
단 하루의 아름다운 사랑과 기쁨을 난 선택하였으리라...’
잠자리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너무도 행복에 겨운 표정이다.

‘아, 그녀는 누굴 만나든 어쩜 저토록 행복해 보일까...
난... 나란 존재는... 그리고 우리들만의
그 애틋한 사랑은 벌써 잊은 것일까...
아냐... 아냐... 그녀도 가슴 한켠으론
나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을 거야...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또 다른 만남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그녀만은 절대로 다른 여자들과는 같을 수가 없어...
날 사랑해 주었다 구...
못난 날 위해 노래까지 불러주었다 구...
그런 그녀가 날 그렇게 쉽게 잊어버릴 리가 없어...’

잠자리는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부인이라도 하듯...
어쩌면... 그래 어쩌면...
그녀는 나보다도 더 외로웠는지도 몰라.
언제가 그녀가 내게 말했잖아.
우울한 건... 슬픈 건 정말이지 싫다고...’
잠자리는 눈물을 흩뿌리며
망연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지막 하늘이다.

눈물 나게 아름다운 하늘...
푸르른 들녘... 풀벌레의 노랫소리...
잠자리는 그 모든 것은 외면한 채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도 목소리가 아닌 심장의 울림으로
그녀의 이름을 수백, 수 천 번도 더 불렀다.
그래도 내 사랑은
오직 당신 하나뿐이라고 다짐이라도 하 듯...
시간이 흐르면서 잠자리의 목청은 터져
가슴은 축축이 젖어들었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하얀 잠자리의 온몸을 빨갛게 물들여놓았다.

그 후,
붉은 고추처럼 온몸이 빨갛게 물들어
버린 그의 영혼은 아주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용서하며, 세상을 용서하며,
쓸쓸한 들녘을 저 홀로 떠돌아다니는,
눈물조차 빨간 그런 잠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고추잠자리가 머물다간 들녘에 서서
가만히 두 눈을 감고 있으면
저 멀리서 행복에 겨운 한 쌍의 잠자리 웃음소리가
나지막이 들리어 온다고 한다.
고추잠자리가 사랑했던,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이던,
고추잠자리만을 영원히 사랑해 주겠노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주던
어느 어여쁜 잠자리의 웃음소리가
아주 행복하게...

 

 

 

 

 
편안한 뉴에이지 연주곡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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