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커버. 난연천막커버 내화비닐

삶은!!바람처럼 그렇게

감동 좋은글

바람도 신문을 읽는대

해량 2012. 9. 12. 12:23



어두운 세상에 별이 되어 줄 거라던 반딧불이 한 마리.
애를, 애를 쓰다가 찬바람에 떠나가고
텅 빈자리, 그래서 이 밤은 더 어두운 걸까?

 

바람도 신문을 읽는대

 

딸아이가 집으로 들어서는 목소리가 유난히 밝았습니다.
아이는 신발을 어지럽게 벗어놓고 그 여자의 품으로 달려왔지요..
손에는 무언가 흰종이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엄마! 나 글쓰기 상받았어요. 1등상이야. 보세요.."

그여자는 기뻐하는 딸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엄마가 생각만큼 기
뻐해주지 않는 것에 심술이 났는지 딸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여자
는 딸을 무릎에 앉히고 아침에 빗어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보았습니다. 딸아
이가 받아온 상장. 그것은 그저 상장하나의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그 상장이
너무 감격적이어서 갑자기 기뻐하기가 어려웠던것이었지요..

5년전. 딸아이가 일곱 살이던 해 가을. 그때까지도 딸은 한글을 깨우치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첫아이에게 무심해서가 아니라, 글은 스스로 어느 순간 깨
닫게 되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그 여자는 흔한 조기교육이나, 특별한 학습
지 같은 것을 전혀 시키지 않았었지요.글자는 학교에 입학해서 하나하나 배우
면 되는 거라는 고전적인 생각도 물론 있었지만, 글자보다도 더 소중한 것은
책에 대한 관심이고,마음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풍부한 생각이라고 그
여자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네 살 무렵이면 한글을 다 깨우쳤고, 일곱살의 가을까
지도 글자를 알지 못하는 아이는 딸아이 하나 뿐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그여
자를 아주 무관심한 어마, 더 심하게는 아주 무지한 엄마로 여기는 것 같았습
니다. 어쩌면 여태 글자도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보는것을 역력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일까 그런 고민을 하던 어느날, 가을 바람이 아주 시
원한 그런날이었습니다. 그여자는 빨래를 차곡차곡 개켜놓고 있엇고, 딸은 신
문을 펼쳐놓고 들여다보기는 하면서 글자의 질서를 알지 못하는 것이 몹시 답
답한 모양이었습니다. 알고 있는 서너 개의 글자들을 찾으려고 애를 쓰면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신문지를 스르르 넘겼습
니다. 가볍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신문을 바라보던 딸아이는 갑자기 눈물을 뚝
뚝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바람도 신문을 읽는데 나는 왜 글을 못읽는 걸까"

그여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바람이 불어 신문지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딸아
이는 '바람도 신문을 읽는다'고 표현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여자는 딸아이
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바람에 신문지가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런 표현을
할 줄 아는 아이가 글자를 좀 늦게 알면 그게 무슨상관인가. 그 여자는 그런
뿌듯함과 감사함으로 아이를 안아주었습니다.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간신히 한글을 터득했습니다. 비록 글
자를 늦게 알았어도 아이는 늘 시인같은 마음을 품고 잘자라주었습니다. 사물
을 보는 시선에 정이 가득한 아이로 자랐고, 오늘은 학교에서 글을 잘썼다고
상장을 받아왔던 것이지요. 그여자는 상장을 받아온 딸에게 옛날의 그 이야기
를 해주었습니다.

"네가 일곱 살때, 글자를 모르는 걸 답답해하던 그때 말이야, 바람에 신문
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바람도 신문을 읽는데 난 왜 글자를 못읽을까 했던
거 기억나니? 엄마는 그때부터 네가 시인이라는 걸 알아봤단다. 엄마는 네가
참 대견해. 앞으로도 그런 마음 잊지 않고 살아 알겠니?"

고개를 끄덕이는 아일 그여자는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조금 느려도 제대
로 갈 길을 짚어서 가고, 제대로 발자국을 남기면서 가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
는 마음으로 말이지요...

출처 : 김미라의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기" 중에서 -

 

 



Incredible Stars - Bandari
 

'감동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동안 길동무가 돼 주었던 그대에게   (0) 2012.09.14
파란 상추에 붙어 있는 기억   (0) 2012.09.13
거미와 이슬 이야기  (0) 2012.09.12
빨간 도께비  (0) 2012.09.11
어머니의 어머니로  (0) 2012.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