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세상인가/허주
양지 바른 곳에
누워 있는 그들은 얼마나 편안할까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는 이 세상과 이별하고
태양보다 더 뜨겁고 정열적인 빨간 꽃으로 울타리를 치고
문단속을 하지 않아도 영원히 쉴 수 있는 집
그 곳에서 침묵하고 있으니 그들은 얼마나 편안할까
그들의 세상은 비리도 없고 눈물도 없고 추위도 없고
더위도 없으니 또 얼마나 좋을까
산자들의 세상은 어지럽게 돌아가고
추잡한 사람들이 온갖 농간을 피워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말이야
그들이 살다간 세상도 그랬을까
어차피 썩은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다가 갔을 것이니
이 썩어 가는 세상을 보고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을 텐데
아무 말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대들이여 말해다오
아~참 답답하다
산 자들의 세상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낳은 거짓에 떠밀러
낭떠러지로 굴러 내려가는 그들을 보니 그렇다.
권력도 그렇다
일장춘몽 화무십일홍이라 하였거늘 그들은 어찌하여
이 어지럽고 추잡한 세상에 살다보니
차라리 저 고요한 집에서 사는 그들이 너무 부럽다.
언젠가는 그곳에 나도 갈 수 있을까
아니면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질까
그곳에 누워 있는 그들이 부러운 것은 왜 일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좋은 세상일까?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세상일까
인기를 먹고 사는 꼭두각시들의 세상일까
갑들은 즐겁고 을들은 괴로운 세상일까
서민이 행복한 세상 서민이 지배하는 세상은 언제나 올까
그 곳 양지바른 곳에 누워있는 그들이여
말을 해다오
행복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