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는 날/허주
언젠가 그때 겨울이었다.
그날따라 진눈개비가 비와 섞여 내리는 날
꼬마는 다리가 불편한 엄니 치맛자락을 잡고
뒤따라가면서 칭얼거렸다
엄니 너무 추워~
빨리 집에 가자 응~ 배고파 죽겠다
엄니~
아가야 내가 빨리 안 가고 싶어서
천천히 가는 줄 아느냐~
엄마는 빨리 걸을 수가 없단다.
그래도 빨리 가~보자군아
겨울비 내리는 날이면 그때 언젠가 읽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의 그 모습 그 대화들이
생각이 난다.
이렇게 오늘같이 측은 하게 비오는 날이면
더욱 더 그렇다.
엄니와 아가는 비 내리는 이 밤도 불편한 걸음으로
아직 길을 걷고 있을까
소설 속 대화였지만 엄마와
아가의 대화 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겨울비가 내린다.
제법 세차게 내렸다가 그쳐다를 반복한다.
비가오니 그리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엄니와 아가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