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나의 인연/허주
가을비가 오늘도 내립니다.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어느 낯선 카페에 들리니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이 슬프게 흘러내립니다.
음악이란 참 묘한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여 때로는 우울하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원숭이처럼 춤을 추게 만드니 말입니다
구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창밖에 쓸쓸이 아니 구슬프게 내리는
가을비를 보고 있노라니 세월의 무심함과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인가 싶습니다.
우연히 만나 한 달을 같이 한 구월도 이렇게 우리들과
이별을 하거늘 이제는 무엇이 우리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 주겠습니까
사람들의 삶이란
세월과의 순박한 놀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세월은 이것이 떠나면
저것을 또 우리들에게 만들어 주니까요
어김이 없이
세월은 작년보다 한 살 더 먹은 시월을 우리들이 사는
세상에 꽃비처럼 모셔 와서니 어찌 그를 아니 안을 수
있겠습니까.
제법 많은 비가 흘러내립니다.
처마 끝에도 밤 세워 추위에 떨던 나뭇가지에도
이제 막 피려 하는 들국화 꽃 몽우리에도 그 이파리에도
이별의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듯합니다.
그 빗소리에 어제 울었던 개구리는 어찌 또 구슬프게
울어 지치는지 무엇이 슬퍼서 그런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창을 통해서 보이는 산자락은 운무에 쌓여 신음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푸른 산을 보면서 저 산이 단풍으로 물들면
내가 안고 사는 덧없이 흐르는 세월은
어디 까지 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멍청히 서 있었습니다.
창밖에 내리는 빗물과 나와의 인연을 고이 간직하고
하루를 살아가렵니다.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는 음악처럼 흘러내립니다.
인연 소중하면서도 복잡한 것입니다
비와 나의 인연은 하늘이 내려 준 인연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