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풍경
겨울풍경
옛날 겨울 오기 전 연례행사처럼 치르던 일들이 있다.
한지로 문풍지 달고 여름 내내 세로로 쭉 찢어진 방문 창호지
침 묻혀 손가락으로 구멍 낸 자국들 다시 바르며 겨우살이 준비 하던 시절,,,
김장배추 산더미처럼 쌓아놓아 온 동네 일가친척들 둘러 모여앉아
붉은 드레스처럼 예쁘게 절인 배추에 빨간 양념 물들이는 손길들..
햇빛 비친 양지에 옹기종기 모여 시린 발끝 동동 거리며 햇볕 따라
다니던 시절.. 겨울 내내 녹지 않는 동네 웅덩이는 유일한 개구쟁이들의
놀이터였다. 그 얼음판 위로 팽이 돌리며 앞에서 끌며 뒤에서 밀어주던
투박한 나무스케이트 타고 지냈던 시절.. 형아 들이 만들어 온 철사로 동여 맨
스케이트는 어린 우리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매일 자랑하는 친구는
스케이트 주인공 그 형아의 동생...
시퍼렇게 터버린 손등위로 미제 와세린 연고를 투박한 손길로 발라주던
엄마의 손길이 기억나는 겨울의 풍경들...
밤하늘 별빛도 얼어 터져버려 동짓날 붉은 팥죽 끊이는 소리에 하현달도
잠들어 졸고 있을 때... 가난한 가슴으로 더듬는 찬 손길들은 그저 가난이
무엇인지 모르고 궁핍함이 무엇인지 모르고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었다.
전선주 웅웅 울음소리 들으며 창밖 겨울나무 바라보면서 욱박지르는
겨울 칼바람 소리도 새벽 찬 공기도 그저 무심히 지나가는 세월 이었다.
밤 새 연탄가스와 싸움 하던 영혼들은 새벽아침 깨어질듯 혼미한 두통에
살얼음 언 동치미 국물 한 사발 마시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것이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낯 선 손님 인줄은 아무도 모르고 지나갔다.
그 험한 시절이 그리운 건 무엇 때문인지 과거를 매달고 현재로 이어온
끄나풀이 너무 짧고 빠르기 때문인지... 너무 편하고 풍족하게 누리는
오늘의 삶에 내 영혼이 알르레지 반응을 일으키는지... 아니면 별 볼일
없는 한 늙은 병사의 실없는 넋두리 인지...
그 지나간 시절 가을 햇살만 그리운 것이 아니고 저 차가운 섣달 그믐날
밑동 잘린 볏단들이 누워있는 논두렁에 그루터기 상처를 하얀 달빛이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보고픈 것이다.
추억은 상처도 남기지만 그 아름다운 흔적 속에 상처를 싸매며 치유하는
기억도 있기 때문이다.
옮김글
01 Angels Sing 02 Wish 03 A Kiss Unexpected 04 If only It Was You 05 Sophies Tears 06 Nana 07 First Embrace 08 The Question 09 Past Remembered 10 Forgiveness 11 A Tear For You 12 Forever You 13 April Morning 14 His Life on Earth 15 October 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