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
도시의 밤
차가운 도시는 어둠에 젖어 흐느낀다. 네온은 그침 없이
불을 토하고 그렇게 낯설지 않은 주막 구석에서
밤을 불태우는 불나방들이 모여앉아 썩은 독주를 마시면서
하소연과 원망들이 난무하는 대화의 그물 속으로 빠져든다.
그런 대화들은 어떤 이 에게는 한없이 독하고
어떤 이에게는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
한 잔의 술잔 에서도 서열이 정해지고 그 서열 속에서
권력이 형성되기 때문에 차라리 홀로 독 독주를 마시는 것이
고달픈 삶 속에서도 즐거움인지 모르는 것인데
옛날을 살다 간 철학자들은 개똥철학이라도 읊었지만
그들의 대화들은 아무런 철학이 없다
돌아서면 허무함과 희미한 기억 에서 멀어져 버리는 것들뿐이다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사람들의 삶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고독하고 그 고독에 젖어 고뇌 하는지도 모른다.
관계와 관계를 유지 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사
어울리지 못하면 외로움에 고독해야 하는 것이니
인생 참 더럽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하자
정이란 것이 있고 인연이 소중하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닥치는 대로 살기로는 지금 살아가는 세월이 아깝다
보람 된 삶이 나의 현실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지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차가운 술잔 속에 담긴 쓰디쓴 독주를 목 줄기에 드려 부어도
검게 타 버린 고기 덩어리를 우적우적 씹어 삼켜도
하루라는 시간에 있었던 일들이 정리 되지 않는 삶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밤이 깊어 가는 것조차 모른 체 상대를 안주 삼아
늦어 가는 시간을 불태우는
도시의 밤의 그들이 있기에 밤은 깊어만 간다.
허주 해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