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공간

2023년 아침 일기

해량 2023. 3. 10. 09:33

거리가 조용하다
오가던 고철 덩어리 들은 서둘러
밥그릇이 있는 곳으로 숨어 들었다.
나 역시 작은 공간 이지만 나의 밥그릇을 챙길 수
있는 곳에 숨어들어 숨을 죽이고 있는 것도
인생 만사가 다 그런 것이다

인생은 정답이 없다 먼저 푼 사람의 답을
베낄 수도 없다 결국은 자기 밥그릇 자기가
챙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살다 보면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도 만날 수 있고 못난 사람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여행을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통함이 생긴다.

출근 했더니
오래 만에 참새 몇 마리가 찾아왔다
먹이를 듬뿍 뿌려 주었더니 지저귀면서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생명이 있는 이 세상 모든 존재 들은 먹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우리들이 아침에 일어나 삶의 현장에 귀속 되는 것도
다 먹고 살기 위함이다

깨끗이 정리된 거리는 정갈하다는 말로만
표현이 가능하다
오가는 거리마다 보이는 것은 활짝 핀 매화 들이다
농부들이 뽑아 쑤셔 박은 미나리 시체에는 울산 까마귀들이
새까맣게 모여들어 먹이 다툼을 하는 것 또한
먹고 살기 위함 일 것이다

개구리들이 보이지는 않아도 경첩이 며칠 전 지났다
철 모르고 일찍 나온 놈들은 어디서 얼어 죽었을 지도
모른다 .아직 개구리들이 뛰어 놀기에는 날씨가
허락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그들이 마음껏 뛰어 놀 날들은 분명히 올 것이니
무선 까닭을 만들겠는가.

벌써 주말이다
주말은 어찌하든 즐겁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지만 타성에 젖어 있는 우리들은
주말이면 즐겁다는 것 밖에 모른다.
그것이 정상이다 주말이면 마음은 벌써 먼 곳으로
달려가고 있거든

세월 참 잘도 간다.
치과에 두 번 다녀오면 일주일이
후딱 가 버리고 벗들과 막걸리 몇 잔 기울이다 보면
일주일이 후딱 가버리고 세월에 날개가 달렸다.
머지않아 벚꽃이 피는 날이 오면 또다시 세월은
저만치 가있겠지.
그 때까지 우리들은 세월을 붙잡고 살아가야 한다.

행복한 금요일 보내세요.
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