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 사냥
한가한 토요일 오후다
산해궁 에서 자장면 한 그릇 시켜 먹고 소화도 시킬 겸 해서
작은 갈고리 호미와 소쿠리를 챙겨서 이웃집 밭으로 갔다
지난여름에 보아 두었던 씀바귀를 켜는 것이 목표다
이놈 씀바귀는 다년 생이라 겨울이 오기 전에 켜서 고추장 초무침
해놓으면 막걸리 안주로는 최고다
이만한 안주는 억만금을 주어도 살 수가 없다
오직 노력의 단맛과 씀바귀의 쓴맛이 합쳐져야 얻을 수 있다
개울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아래로 하염없이 흘러가고
중태기들이 인기척에 놀라서 쏜살같이 숨어 들어간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의 본능이다
자가보다 강한 놈이 나타나면 숨든지 도망가는 것이 세상살이
기본 공식 이니까 그놈들한테 조금 미안한 생각은 들었다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한가한 토요일 오후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인데
하지만 그놈들은 모른다. 보고 싶어 찾아 갔다는 것을
민가 주위의 밭인데도 밤에 산돼지가 내려 왔는지 발자국들이
여기저기 나있고 땅을 파 해친 표시가 있다
지금 쯤 산에는 먹을 것이 천지 빽가리 일 것인데 민가 주위
밭까지 무엇을 얻기 위해서 내려 왔을까
몹시 궁금하지만 그 놈들 나름대로 사연이 있겠지 생각하고
궁금증을 접었다.
어젯밤 기온이 뚝 떨어 지드니 서리가 내렸나 보다
힘없고 약한 싹들이 시들어 있는 모습은 겨울이 멀지않았다는
것을 직감 적으로 알게 했다
다~세월의 장난이다. 어제와 오늘은 분명히 다르다
해가 짧아져도 조금은 짧아졌을 것이고 나뭇가지에서 버티고 있는
단풍잎들의 권력도 떨어지는 맛의 시간도 순간일지 모른다.
씀바귀를 제법 많이 켰다
잘 다듬어서 깨끗하게 씻어 놓았더니
뿌리가 어느 여인의 하얀 허벅지 다리처럼 쭉 빠졌다
이 하얀 여인의 다리 같은 뿌리를 볼 수 있을 때 까지는 자장면
한 그릇 먹은 에너지를 모두 소모한 대가다
모든 것은 노력해야 만이 얻을 수 있고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순간 깨닫는 순간이다.
호우도 저물어 가니 서서히 막걸리 벗을 찾아서 길을 떠나야 겠다.
막상 찾아 나서 본들 만날 놈들이 별로 없다
견실이 민패 끼치는 것 같고 전화 했는데 별로 반갑지 않게 생각하면
자존심 상하고 그냥 혼자서 한잔 하고 낮잠이나 한 숨 자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 같다 혼 술도 때로는 나름 멋이 있거든.
행복한 주말 오후 보내시길 바랍니다.
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