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공간
멸치의 삶
해량
2022. 7. 8. 12:00
멸치의 삶
이 밤은 그들이 웃고 있다
항상 새빨간 고추장을 뒤집어쓰고 어느 집 밥상 위에서
누군가 의 입으로 뛰어 들어 갈 선상에 서있던
그들이 이 밤 웃고 있는 모습은 아마도 막걸리 한 잔에
취해 버렸나 보다.
잡초도 예쁘게 보면 꽃보다 아름답고 꽃도 밉게 보면
보 잘 것 없는 잡초라 해듯이. 뜨거운 팬에서
간장 고추장을 뒤집어쓰고 뜨거워서 몸부림치던 그들이
나의 소중한 벗이 되어 있으니 정말
아름답게 보이고 고마움인데 예전엔 미처 몰랐을까
이 밤에.
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살던 그들이
사람들의 밥상 위에 오를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을까 와
맛을 논하기 전에 그들의 고통과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 해 본 적이 있었을까.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니 나의 술 잔 속에서 웃고 있는 그들에게
무한이 미안하고 고맙다.
난 오늘 밤 그들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일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으니 부끄러운 마음이다.
인생은 어차피 냄새를 풍기며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좋은 향기를 풍기기 위해서는 끝없이 자신을 위장해야 하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살면서
감히 인생의 향기를 논하고 살았으니
나 역시 멸치의 삶보다 못한 속물일 뿐 별거 아니었지.
행복한 밤.
허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