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공간

제비를 보았다

해량 2022. 4. 29. 09:19

봄비가 내리고 있다

내리는 비를 원망하듯 꽃잎들이 흐느낀다.

아마도 농부들의 마음은 부자가 이미 되어 있을 것이다

시기를 마쳐서 비를 뿌려 주니 얼마나 좋겠는가.

아마도 오늘 같은 날에는 골방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막걸리 맛이

꿀맛이 아닐까 싶다

 

오늘 아침 일이다.

20년 만에 제비를 처음 보았다 아마도 우리 동네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아니면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인지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비가 돌아 왔지만

제비는 집을 지을 곳이 없다

 

그들의 기억에는 분명 초가집이 있었는데 그래서 찾아 왔는데

초가집은 온데간데없고 괴물 같은 공장들이 지어져 반겨주지 않으니

제비들은 어디에다 집을 짓겠는가.

 

비가 솟아지는데 전깃줄에 온기종기 앉아서 차가운 봄비를 맡고

거센 바람을 견디고 있는 제비들을 보니 제비들에게

지은 죄가 없는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니 지은 죄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나도 지구상의

한 일원으로서 환경파괴에 일조를 했을 것이 분명 하니 말이다

 

흥부가에 나오는 제비는 흥부의 선행으로 강남 갔던 제비가 이듬해

황금씨앗을 물어주어 흥부가 부자가 되는 대목이 나와 흥부가의

절정을 이룬다.

옛적에 제비들은 반드시 기와집이나 초가집 처마에 집을 지었다

그러니 사람들과 친화한 새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들은 꽤나 제비들이 귀찮았다

마루에 하얀 물감으로 신의 그림을 그려 놓으면 그 냄새는

지독했고 새끼가 태어나면 재잘거리는 소리에 시끄러웠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제비집을 헐어 버리고 쪼자 내려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흥부전을 지은 그의 지략으로 제비들을

황금씨앗을 물고 오는 새로 미화 시켜 사람들과 친하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 된다

 

지구상의 생명들은 반드시 죽는다.

그것은 영원불변의 진리다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생명들은 식물과 곤충들이다

그들은 서로 상부상조 하면서 살아 왔기 때문에

그렇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그러한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경쟁을 하면서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니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들의 수명은 길어진다 하여도

길어지는 만큼 경쟁은 더할 것이 분명하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오래 만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것 같아서 나의 마음도 푸렷한 식물들도

신이 났다.

자연은 자연이 만든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것도 자연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자연은 정말 위대하다 그런데 자연에 도전하려는 인간들의 무모함이

정말 무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