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공간

막걸리는

해량 2021. 10. 4. 19:13

막걸리는 나의 벗

 

맑은 술을 마시면 인생이 너무 투명하게

보여서 부끄럽고

독한 술을 마시면 인생살이가 너무 독한 것 같아서 아프고

탁하지만 탁한 만큼 보이지 않는 인생의 참 맛이

있어 막걸리가 나는 좋다.

 

나이가 드니 벗을 만나면 소주 한잔 하자는 말 보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 하자는 말이 먼저 나온다.

이제 나도 막걸리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 나이가 되었을까

그래서 일까 난 막걸리의 매력에 푹 빠져 산다.

 

전 국민들의 술이라 해서 국민주라 했고

또 집집마다 만들어 즐겨 마셨다 해서 가주라 했다

농사일을 하면서 농주 한 잔 마시면 힘이 난다

어머니의 술 모주 한 잔 하라는 언젠가 제주도 여행길에서

만난 촌로가 그립다.

 

막걸리는 쌀과 누룩 물 세 가지로 빚는다.

공자가 쌀을 장만하고 노자가 누룩을 장만하고

부처가 물을 장만하니 삼도주다.

그래서 막걸리는 유교 불교 도교 세 종교가 함께하니

화합의 술이라 할만하다

 

나는 가장 대표적인 서민이라 생각 하고 살아 왔고

지금도 난 서민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네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막걸리가 너무 좋다

그것을 알기 까지 나는 너무나 많은 세월이 흘렸다

 

먼 훗날 내가 그곳에 갔을 때

미련이 남아 세상을 떠도는 나의 영혼에 막걸리 한 잔

부어 줄 벗이 지금 내게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런 벗이 있다면 나는 이미 성공 한 사람이다.

 

막걸리 한잔이 지금 내 책상위에 다소곳이 웃고 있다

나를 비웃으면서.

 

해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