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공간

양은도시락 추억

해량 2021. 9. 18. 23:21

양은도시락 추억/허주

 

책보다리에 김칫국물이 배여 있는 추억이 새롱새롱 하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서서히 세상을 떠나가고 있다

산자들도 종이호랑이가 되어야 하는지

보온도시락 세대들에게 물어 보고 싶다

니들이 양은 도시락 맛을 알어하고 반문을 하고 싶지만

그런 말 한들 그들이 알아나 들을까

 

그 시절 겨울은 길고 추웠다

꽁꽁 언 손을 비비면서 꽁보리밥 도시락에 김치반찬

그리고 책을 둘둘 싼 책보다리를 메고

때로는 대나무에 나무바퀴 도롱태에 보따리 걸치고

새마을 깃발 들고 길게 줄서서 학교 가던 시절이 그립다

 

지금 우리는 호주머니에 컴퓨터 한 대씩 넣고

21세기 첨단 시대에 살고 있지만

양은도시락 메고 다니던 시절 보다 나는 재미가 없는 이유는

사람들이 정겨움이 없어서이다.

 

얼음덩어리 꽁보리밥을 따뜻하게 데우기 위해서

교실 중앙에 있던 난로에 층층이 쌓아 놓고 그놈을 먹을 시간만

기다리던 그 시절을 지금 생각하니 아득 한 세월인데

나는 한 번씩 그 시대에서 산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추억은 살아 있다

도시락 까먹고 하교 길에 뚝 방 에서 한바탕 뒹굴며 힘자랑 하던

길동이는 지금 잘살고 있을까.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얼마나 늙었을까

나만큼 늙었을까 아니면 아직 살아 있을까

 

그 시절은 꽁보리밥에 김치만 먹어도 힘깨나 썼는데

지금은 고기반찬에 쌀밥 먹어도 힘이 없으니 이제는 늙었나 보다

그래도 추억이 살아 있어 추억 때매 산다.

추억이 나를 살리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 같다.

해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