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겨울 들에서

해량 2020. 1. 4. 20:54




    겨울들에서/해량 그 곳에는 스산한 바람이 불어 이미 식어 버린 농부의 땀을 싣고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바위들은 말라비틀어진 이끼를 이불삼아 누워 있었다. 길섶에서 생을 마감한 풀들은 고흐의 자화상처럼 그려져 있었다. 지난 가을 화려했던 들의을 지키던 장수는 갈기갈기 상처투성이 된 갑옷을 걸치고 슬프고 초라한 모습으로 칼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싸늘한 들에서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서 있었는지. 미처 수확하지 못했던 작은 공간에 작은 전사들이 몰려와 한바탕 그들만의 축제를 열고 있었다. 그들이 이제는 겨울들의 주인이다. 농부는 가을이 떠날 때 이미 그들에게 들은 빼앗겨 버렸다 아무런 대가를 치려지 않고 넓은 들에 무혈입성(無血入城)한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전사요 참새영웅들이다 겨울들에도 멀지 않아 또 다른 계절이 세월의 수레에 실려 도착 할 것이다 나는 그 곳에서 희미한 빛을 보았다 희망의 빛을 겨울들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행복한 주말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