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1 늦은 밤 해량 2019. 10. 23. 00:24 #늦은 밤 가을 하늘은 높고 청명하다 선득 다가 와버린 계절 그리고 멀어져 가는 날들 세월 참 빠르다는 것을 새롭게 느끼는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 속에는 순간순간 우리들이 늙어간다는 것도 포함 되어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제법 두꺼운 외투를 걸쳐도 아침저녁에는 한기를 느낀다. 그래서 일까 왠지 허전함 쓸쓸함이 밀려오는 것은 살면서 이맘때면 세상을 같이 살아야 하는 계절 가을 탓 일거다. 몇 번인가 아니 지겹게 가을이라는 계절을 맞이하고 또 보내면서 살아왔는데 오늘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앞으로 몇 해를 더 이 계절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낮에 하늘은 맑아서 금방이라도 푸른 물감이 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언젠가 애기한 소국 몇 송이가 피었다.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노란 꽃의 가장자리에 분홍빛 테를 둘렸다 그 모습이 마치 외로운 여인의 입술에 립스틱을 칠한 것 같아서 슬퍼 보였던 것은 꽃을 보는 나의 눈에 꽃 멍이 든 것인지 늦여름부터 떨어지기 시작 했던 오동나무 이파리가 아직 가을이 완연하지 않은데 몇 잎 남지 않았다 마지막 잎이 남는 날은 나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이 아닐까 싶은데 하지만 또 다른 계절의 싸늘함의 위로에 다시 잎을 얻을 날을 기약 하겠지 또 다른 일을 하였다. 몇 해 전에 담가 먹고 있던 감식초 병의 바닥을 보고 아직은 떫은 맛이 있는 단감을 한 소쿠리 따서 텅 비워 있던 항아리에 깍 채워 잘 숙성 될 수 있게 하얀 보자기를 씌워 한 캔에 방치 해 두었다 내년 이맘때면 새콤한 식초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또 다른 생각을 했다 내가 생활 하는 공간들을 돌아보니 곳곳에 썰 대 없는 물건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했다 약간의 식량과 약간의 돈과 몇 벌의 옷만 있으면 살아가는 되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무엇을 이렇게 많이도 쌓아 두었는지 그래서 이제는 서서히 하나 둘 버리면서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들도 나의 손길이 한 번 쯤은 스쳐 지나갔는데 하지만 이제는 서서히 버려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빈 공간이 정갈 하지 않는가. 버려야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에 그들의 여운은 남아 있지만 그 공간이 숨 시기가 편하지 않을까 느티나무가 옷을 벗기 시작 하였다. 새까만 아스팔트위에 화려한 조각물을 만들기 시작 하였다 깊어가는 가을 나무들은 화려하게 변하지만 그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성숙을 위해서 버림을 준비 한다고 생각하니 나무들이 존경스럽다. 우리들도 나무들처럼 버릴 때. 가질 때. 베풀 때. 물려 날 때를 알면서.......... 허주.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