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어디로/허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밤
모기들도 기승을 부린다. 메뚜기가 한 철이라고 날뛰니
모기들도 한 철이라고 메뚜기 흉내를 내고 있다
모기란 놈은 장구벌레로 미꾸라지와 생사의 전쟁을 치려다
여름이 오면 헬리콥터 보다 더 강한 날개를 달고 지상을 누비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동물들을 공격 하여 피를 빨아 먹고 산다
어느 여름날
나는 빨대로 무장을 한 모기 한 마리를 만났다
그 모기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피가 누구의 피드냐고 물었다
모기가 하는 말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피는
아린아이들의 달콤한 피고 두 번째는 예쁜 여인들의 피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어린아이 피는 오염 되지 않아서 맛있고
예쁜 여인들의 피는 흥분 되어서 좋다고 하였다
그리고 모기들도 노인들 피는 먹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약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고 했다.
늙은 것도 서러운데 모기들도 노인들 피는 안 빤다고 하니
정말 서러운 것 아닌가
그 중에서 가장 맛없는 피는 어제 밤에 빨아 먹은 나의 피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무 생각 없이 빨아 먹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했다 이유인 적선 피 속에서 알콜이 너무 많이 섞여서 빨아먹고
취해서 기절을 몇 번이나 하여 병원 신세를 졌다고 했다.
모기마저도 나의 피를 거부 하니 나의 피는 어디에다 쓸 수 있을까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일본 뇌염 보기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여름에는 모기와의 전쟁을 해야만 여름 밤 다운데 윙윙 그리는
모기들의 날개 짓 소리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곤 하는데 올 여름에는
어쩐지 모기 구경을 못 하겠다.
작년만 하여도 낮에 사무실에 모기향을 피우고 살았는데 모기가 없으니
여름답지 않다 마치 사막에 온 기분으로 여름날을 산다.
너무 덥다 보니 매미도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매미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우리들의 여름추억 속에는 항상 모기와 매미가 있는데
모깃불을 피워 놓고 밤새는 줄 모르고 놀던 기억도 있는데
이제는 그런 추억들이 사라져 가니 여름이 아닌 또 다른 세계의 여름이
되어 버렸다.
여름밤이 긴 만큼 우리들 기억 속에는 여름의 기억들이 가장 많은데 말이다.
모기들도 여름날의 우리들의 한 가족이다
모기가 있어야 여름 같고 매미가 목이 터져라 울어야 여름 한 낮 같은데
모기는 약에 취해서 살아져 버렸고 매미는 환경의 변화에 살아져가고
뜨거운 태양만 세상을 데우고 있으니 여름이 이제는 추억을 담는
낭만의 계절이 아니라 지옥의 계절이 되어 버렸다
아쉽다 언제 또다시 냇가에서 빨가벗고 개구리들과 같이 물놀이 하던
그런 여름이 우리들에게 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