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1

경칩

해량 2018. 3. 7. 13:02

      경칩/허주

      기니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드디어 개구리들이 낯짝을 보였다.

      나는 개인 적으로 개구리를 좋아 한다

      어릴 적에는 개구리들이 나의 장난감이었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세월이 한참이나 흘러서 세상을 크게 한 바퀴 돌아와서

      늦게나마 나는 개구리들과 벗이 되었다

      언젠가 작은 시골 마을에서 몇 년 살 때였다

      그곳에 이사를 갈 무렵이 이런 봄이었다. 그러니까 경칩이

      지나고 따듯한 봄이 와서 매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을 때다

      암 개구리들이 알을 낳기 시작하자 울음주머니를 가진

      수 개구리들이 밤이면 시끄럽게 울어 댔다

      논이 바로 붙어 있는 집이여서 그런지 유난히 개구리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들의 울음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지자

      그들을 향해서 나는 돌을 던지기 시작 하였다

      돌을 던지면 조용하다가 곧 또다시 시끄럽게 울어 대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막걸리 한 잔 하고 기분이 좋아지자

      개구리 울음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 음악 같이 들리기 시작 하였다

      나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그들의 울음이 소음이 아닌 음악이란 것을

      난 그 날 이후로 그들과 밤을 같이 하였다

      그들이 울지 않으면 잠이 오히려 오지 않았다 진정 개구리들이

      나의 벗이 된 것이었다

      드디어 나의 벗들이 세상에 나타났다 이날을 난 무척이나 기다렸으니

      개구리는 어미와 새끼의 모습이 아주 다른 양서류이다

      약 2000여종이 지구에 살고 있다고 한다.

      머지않아 나는 그들의 고운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이 난다 개구리는 나의 벗이다


      그 후 나는 개구리를 주제로 시를 썼다


      개구리는 나의 벗/허주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여름밤이면 왜 그렇게 개구리들이 울어 대는지

      그래서 개구리는 밤에는 그렇게 항상 슬퍼서

      우는가보다 생각 했었다


      그때는 논두렁 밭두렁 다니다 개구리 보이면

      잡아서 닭에게 선물도 하고

      개울가에 불 피워놓고 친구들이랑

      구워서 먹으면 되는 줄 알았다

      이것이 개구리에 대한 나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런데

      세월이 흘려 하염없이 삶에 쪼기다

      세상을 크게 한 바퀴 돌아오니

      어느새 나는 개구리들과 친구가 되어 있다.

      그때는 그들의 울음소리는 아무 의미 없는

      소음 이었는데

      이제는 어떤 음악회 연주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로 들리니 이것이 웬 일일까 알 수가 없다

      무슨 까닭이란 말인가


      이놈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지는

      예전엔 정말 몰랐었다

      처음엔 그냥 저놈들이 오늘밤도

      시끄럽게 울어 대는구나 했었는데

      이제는 그놈들이 울지 않으면 궁금해서

      창문을 몇 번이고 열어 본다.


      그런 나의 마음에 대한 보답일까

      오늘밤은 유난이도 이놈들이 시끄럽게 울어 댄다

      내가 벗이 되었음을 그들도 아는가 보다

      오늘은 큰맘 먹고 멋진 음악도 신청하고

      맘에 들면 팁도 좀 줘야 되겠다.

      어쩌다 박자를 놓치는 놈도 있지만 그래도

      성의를 봐서라도 내 귀를 열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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