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오전에/허주
바람이 분다.
낙엽들이 흩어져 온갖 형태로 날아다닌다.
어떤 놈은 언덕으로 날아가고 어떤 놈은 시궁창에 처박히고
어떤 놈은 연처럼 하늘로 날아가다가
어느 시점에서 다시 지상으로 곤두박질친다.
가을의 한낮 풍경은 낙엽이 고상한 조화를 이루어주니
더욱 운치가 있다
며칠 전부터 소국이 활짝 피어 향기를 풍기고 있더니
오늘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광고 풍선 아저씨가
흔들흔들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습에 야릇한 미소를 보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들을 하는데
나는 오래전에 사람보다 꽃을 더 좋아한다.
꽃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배신을 하니
사람보다 꽃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아침나절에 어느 집 감나무에 까치들이 안자서 홍시를 파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을 아니면 어찌 저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생각 하면서 새삼 가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가을은 모두에게 풍요를 주고 배품을 준다.
텃밭 언저리에서 들깨 타작을 하는 촌로를 보고
힘차게 돌아가는 콤바인을 보고 그런 것을 느꼈다
바람 부는 오후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
그것이 걱정 되는 지금 정오가 다 되어 간다.
이쯤에서 치려야 할 일이 있다면 뱃속을 채우는 일이다
배꼽시계는 정확하다 정확 하다 못해 꼬르륵 울기도 한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배고프면 먹어야 된다는 것이
안 먹고 사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