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1

새벽에

해량 2017. 6. 15. 04:40

    새벽에/허주 나이가 드니 초저녁잠이 많아지고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생긴다. 참 그렇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생활 습관 까지 변하니 말이다 청춘 때는 술자리에 초청도 많이 하드니 이제는 불러 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 나이드니 참 서럽다 그놈의 인기는 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 삼년 전 작은 시골 마을 외딴 집에서 살았다 너무 조용해서 가슴이 시릴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자연이라는 벗들이 있었으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여름밤이면 구슬피 울어대던 개구리들이 벗이었고 달 밝은 가을밤에는 어디선가에서 고요를 깨는 소쩍새의 울음이 나의 심금을 울리곤 하였다. 어느 겨울날 하얀 눈이 수북이 쌓인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그 곳이 천국 이었다. 온 세상이 은빛을 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새삼 지금 그 때가 그리운 것은 무엇 때문 일까 새벽 4시다 초침은 쉴 새 없이 달려가고 있지만 언제 해가 뜰지 모르겠다.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졸고 있는 가로등이 나의 신세와 같아서 측은 하다 작은 도시를 밝히던 불빛들은 사라져 고요 하지만 굉음을 울리면서 4차선 도로를 미친 듯이 달리는 저 고철덩어리는 어디로 가는지 시위 떠난 화살처럼 빨리도 달려간다. 이렇게 이른 새벽에 고철덩어리 주인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밤을 버리고 이제야 보금자리 찾아 가는 것일까 알 수 없는 문제를 풀려고 하니 머리가 띵 하다 십자가의 빨간 불빛은 누구를 위해서 저렇게 빛나고 있는지 나약한 어느 사람을 위해서 빛을 주면 좋겠는데 나의 눈에는 욕심 많은 목사가 돈 더 달라는 것처럼 보이니 내가 잘 못 생각 하는 것인지 세상이 하도 아이러니 하게 돌아가니 나 아닌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하리 란 것을 절에 가도 돈 교회가도 돈 돈 하니까 말이다 그놈의 돈이 무엇인지 왜 하늘에서는 돈비는 안 내리는 것이지 이 세상은 가진 자와 안 가진 자가 양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든 자와 안 든 자의 차이다 결국은 돈 보다 사람이 남는 것이니 그렇다 나이 들어 주머니를 열지 않으면 벗이 떠나고 외롭다 적당이 열고 살아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헛소리 하고 있으니 한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오래 만에 아침 운동이나 한 번 해 볼까 싶다 가스렌지에 올려놓은 고등어 김치 찜이 끊고 있다 맛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새벽을 열고 또 하루가 시작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