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겨울나무3

해량 2016. 12. 30. 10:44


      겨울나무3/허주 태양이 세상을 크게 한 바퀴 돌아 또 한 해라는 시간이 훌쩍 떠나가 버렸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잔주름이 하나 더 늘어 한숨 짖는데 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입었던 옷을 훌훌 다 벗어 던져도 기뻐하니 이 세상이 너는 아름다운가 보다 아침에 바람이 불더니 너의 양팔에 다소곳이 내려앉자 매달려 있던 서리가 부스스 일어나는 햇살에 녹아 내려도 너는 그것을 아까워하지 않았지 너에게 오면 네 것인데 어쩜 아깝지 않을까 지난 어느 가을 이었던가 화려한 옷을 아낌없이 땅위에 벗어 던지는 것을 보고 나는 무척 너를 부러워하였거늘 오늘 아침 다시 너에게 한 수 배우고 돌아섰네. 그래서 너는 항상 나의 스승이자 벗이지 이 겨울이 지나고 꽃피는 봄날이 가고 네가 화려한 옷을 입는 또 다른 여름 참새들과 다시 너의 그늘에서 만날 날들을 상상 하니 벌써 즐겁다 그 계절이 다시 오면 너는 그대로 인데 아마 나는 많이 변해 있을 것 같아 그래도 나는 너의 영원한 벗인 것을 겨울나무야! 이젠 우리도 떠나버린 날들과 지금 떠나는 시간들 이제는 미련 없이 보내고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날들을 맞이할 때가 된 것 같아 한 해 동안 나의 벗이자 나의 스승이 되어준 너 때문에 일 년이 지겹지 않고 늘 즐거웠던 것은 너의 배려 때문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