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1/허주
하얀 눈이 내리는 어느 날 밤이었던가.
나는 네 앞에 서서 하소연을 했었지.
나는 겹겹 거추장스레 옷을 껴입어도
이렇게 가슴이 시려 떨고 있는데
너는 어찌 발가벗고 있어도 춥다 하지 않는 것인지
그것이 군금해서
바보처럼 질문만 던지고 돌아서는 발길이
부끄러웠다
나는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하얀 눈 위에 삶의 무게를 실은 발자국만 남기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원망 하면서 투들 대는데
너는 눈이 오면 하얀 눈으로 옷을 갈아입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가장 황홀한 몸짓으로
춤을 추니 네가 어찌 부럽고 존경스럽지 아니 하겠는가
너는 세월과 함께 덫 없이 살아가면서
또다시 이파리를 얻기 위해서 묵묵히
기다리면서 천년을 살아가는데
나는 백년을 살지 못하면서 입이 아프도록
말을 하여도 겨울이 또 떠나가도 어찌하여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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