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반달이 좋아

해량 2016. 12. 20. 05:09

      반달이 좋아/허주 저 반달은 날이 밝아 오는데 서산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아직까지 하늘에 외로이 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어젯밤 그 사람에게 달이 하늘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말을 했더니 그 말을 다시 듣고 싶어서 그런 것일까 모든 것이 때가 되면 제 갈 길을 가는 것이지만 어쩌다 보면 저 달처럼 제 갈 곳을 잃고 허공을 맴돌면서 방황하는 것들도 있고 어젯밤 만났던 그 사람처럼 제 갈 곳을 정확히 찾아가는 것들이 있어서 세상은 공평한 것인지도 모르지 사람도 너무 깍 차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니 저 반달처럼 조금 모자라는 듯 사는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비워있는 그 반을 채워 가면서 살아가는 재미도 있을 런지 모르지 그래서 난 저 반달을 좋아 하는지 몰라 반에서 완성이 되어 가는 것을 매일같이 지켜 볼 수 있으니 그럴 것이리라. 아직도 나는 저 반달이 하늘에 떠있는 이유를 몰라서 답답하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처지라 생각하니 너무 정이 가는 것을.